일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새해들어 8%대를 넘어서자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돼 대출금리가 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이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4일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 대출금리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의 금리 인하분이 상쇄돼 대출상품 변동금리 하락폭이 미미해 보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출 상품 변동금리 인상 요인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인 10월(3.98%)보다 0.36%포인트(p) 오른 4.34%로,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이달 1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올해 상반기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이는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코픽스가 많이 오른 상태”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당분간 전반적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최근 주요 은행들은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 인하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전세자금대출ㆍ주택담보대출ㆍ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0%p 인하했다. 이날 기준 하나은행의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는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연 6.33%~7.43% 수준이고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6.17~7.47% 수준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 가계 경제 부담 완화에 도움을 드리고자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위주 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2일부터 고정금리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1.10%p 인하했다. 앞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85%포인트, 0.75%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대출금리 인하 조치를 했다”며 “향후 금리 상황 변화에 따라 대출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요 은행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고금리 상황에서 향후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은행권의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