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어닝쇼크’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금리인상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금리인상이 예정된 수준으로 진행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6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9조5700억 원)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8년래 최저 수준으로,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6조9254억 원에도 한참 못미쳤다.
메모리 칩 가격과 전자 장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 것이 주 요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디지털 기기의 핵심 부품 재고를 줄임에 따라 컴퓨터 칩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날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2% 감소한 655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7466억 원)의 10%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영업이익 컨센서스(4207억 원)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했다. 적자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본격적인 경기침체 여부에 대해선 시장에서 아직까지 판단이 엇갈린다. 다만 해외에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을 두고 글로벌 경기침체를 상징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 되는 가운데 수요 악화가 계속되면서 반도체 실적의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분기 695억 원 적자, 2분기 674억 원 적자로 전망하고 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이 경기에 반영되는 시차가 1년 정도 필요하고 재고문제로 인한 기업 투자가 감소하는 구간 역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고 가정했을 때 2분기말~3분기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 존재한다”며 “아직까지는 지표의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상반기는 경제전망에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구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증권가에선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25bp 인상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3.50%로 25bp 인상할 전망”이라며 “지난해 말 자금 경색 우려,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경기 하강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물가를 고려하면 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는 11월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상단 또는 소폭 높은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연준의 최종금리가 12월 점도표에서 시사한 수준(5.25%)이라면 한국은행은 3.75%까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1월 금통위에서) 25bp 인상을 진행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럽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도 25bp 상승을 점쳤다. 지난 4일 윤지호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은 정책 목표인 성장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융 안정 간 상충 관계가 심화함에 따라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