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고준위법) 공청회를 열고 법안의 주요 내용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여야는 법안의 필요성에는 의견이 같았지만, 일부 쟁점 조항을 두고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고준위법 관련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번 공청회는 법안 소위에 앞서 법안과 관련한 쟁점을 두고 전문가들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관련 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지 1년이 넘어서야 첫발을 뗐다.
공청회에선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 4인이 진술을 진행하고, 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위원들은 기존에 쟁점이 됐던 부지 내 저장용량 문제와 기간 명시 외에도 주민 수용성 확보와 안전성 여부 등을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관련 법을 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사례를 예로 들며 안전성 있는 영구 폐기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측이 추천한 진술인인 정재학 경희대 교수는 "암반의 고유 특성으로 확산 속도를 낮추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기본 설계는 프랑스, 핀란드, 미국 등 기본적으로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의 발언에 이어 양금희·박수영·노용호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산자위원들은 질의를 통해 고준위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부지 내 핵폐기물 저장 용량과 관련해선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김 의원이 발의한 법을 보면서 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차이는 단지 시설에 대한 수명까지만 할 건지, 추가로 허가하는 정도로 할 건지 차이만 있다"며 이견이 없다고 운을 뗐다.
정 교수는 "저장시설 상한에 관해선 이번 법률이 계속운전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번 법률에선 운영허가 기간 발생하는 발생량으로 규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연합운동 사무국장은 "저장용량은 설계수명 기간으로 한정하는 걸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공청회의 화두는 신뢰성 확보였다. 여야가 법안 필요성 자체는 동의하면서 야당은 핵폐기물 처리에 신뢰성 확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핵폐기물 문제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경주에서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심각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원자력 안전에 대해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원자력을 운영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위해서라도 특별법을 조기에 마련하는 게 지역 주민의 수용성, 정책 신뢰성을 더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산자위는 이번 공청회 후 법안 소위에서 관련 법 세 건을 병합 심사한다.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쟁점 조항을 조율한 뒤 법안이 가결되면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