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시행 4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규제 애로 및 제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국무조정실은 15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규제샌드박스 혁신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규제샌드박스 승인기업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한 총리와 최 회장은 전시장을 관람하며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전시장에는 규제샌드박스로 사업허가를 받은 기업들이 다양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최근 분사한 모빈은 바퀴만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야간에도 서비스가 가능한 배달 로봇을 선보였다. 에이치로보틱스는 집에서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원격재활로봇을 전시했다.
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규제샌드박스는 민과 관이 공동 협력으로 규제혁신을 추진하는 아주 좋은 사례”라며 “정부와 상의가 원팀으로 해결한 과제들이 처음 시작 때보다 2배로 늘고 작년 승인된 과제의 절반을 정부와 상의가 합작할 만큼 아주 긴밀한 협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신기술과 신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규제샌드박스가 규제에 막힌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기회의 문을 제공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가 제한된 허용에 머물지 않고 규제개선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규제샌드박스의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에 특화된 미래전략산업을 선정해서 산업 단위의 규제를 대폭 유예해주고 교육 등 관련 인프라를 조성해 거대한 테스트배드를 구축하고 조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이전과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형태의 ‘메가 샌드박스’ 개념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메가 샌드박스를 만들어서 확산한다면 지역균형발전과 미래산업 육성은 물론 대기업 유치에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기업들의 각종 질문에 주무부처가 직접 답변을 내놓는 질의응답 시간도 진행됐다.
권기성 쉐코 대표는 “해양방제로봇이 해양오염방제업 장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해양방제로봇의 성능 인증 기준이 마련된 후 방제업 등록에 필요한 장비의 성능 기준을 충족할 경우 관련 장비를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에 대한 성과 발표도 있었다. 대한상의가 정부와 협력해 특례 승인을 받은 건수는 2020년 51건에서 2022년 103건으로 늘었다. 전체 승인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에서 45%로 2배가량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신제품과 서비스 출시로 투자 921억 원, 매출 530억 원, 고용 2617명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규제샌드박스 승인기업의 사업중단이 없도록 신속하게 법령을 정비하고, 규제샌드박스가 유니콘 육성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달라”며 “규제뿐만 아니라 교육, 금융, 지자체 권한 이양까지 실증범위를 확대한 지역 단위 통합적 샌드박스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