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곡관리법 거부권 건의…尹 “당정협의로 숙고해 결정”

입력 2023-03-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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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2030년 1.4조 재정소요되고 식량안보 저해…국회 재논의 필요"
추경호 "쌀 농업생산액 16.9%인데 예산은 30% 이상 돼…재정낭비 요인"
대통령실도 "타작물 전환 어려워지고 수산물 매입 요구까지 나올 우려"
尹 "국무위원 의견 존중, 숙고한 뒤 결정"…거부권 행사 가닥 잡은 듯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8일 윤석열 대통령에 쌀 초과생산량 의무매입제가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협의를 통한 의견수렴 후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도운 용산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와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보고받았다.

먼저 주무부처인 농림부의 정 장관은 “현재도 만성적인 공급과잉 기조인 쌀 과잉구조가 더 심화돼 2030년에는 초과생산량이 63만 톤에 이르고 이를 사는 데 1조4000억 원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며 “이는 약 3000평인 1헥타르 스마트팜을 300개 이상 지을 수 있는 예산이며 농식품 분야 R&D(연구·개발) 예산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또 쌀값 하락과 식량안보 강화 저해, 타 품목과의 형평성 논란 등 농업·농촌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쌀 수급균형을 달성키 위해 전략작물직불제와 가루쌀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소비가 감소하는 밥쌀 생산은 줄이고 식량안보에 중요한 밀·콩·가루쌀 등의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생산농가의 타 작물 재배 전환을 어렵게 한다”며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돼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이어 이날까지 33개 농어민 단체의 반대 성명서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농림 예산 17조4000억 원 중 쌀 관련 예산은 약 25%인 4조4000억 원으로 청년농 육성 예싼 1조 원의 4.3배에 스마트 농업 예산 2000억 원의 17.6배에 달한다”며 “시장격리 의무화 시 연평균 1조 원 이상 재정이 투입돼야 하며 이 경우 2020년 기준 50조 원인 농업생산액 중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8조4000억 원으로 16.9%에 불과한데 관련 예산 규모는 약 3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정부는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에 2018~2020년 연 689억 원, 전략작물직불제 도입을 위해 올해 1121억 원을 투입하고 스마트 농업 투자 확대 등 쌀 위주 농업 구조 전환에 재정투자의 중점을 둬왔다”며 “개정안 시행 시 다시 쌀로 재정투자가 편중돼 그간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크고, 가격변동성이 큰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쌀 초과생산량은 매년 20만 톤 이상이며 시장격리 의무화 시 2030년에는 63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난 10년 간 1인당 쌀 소비가 2012년 69.8킬로그램에서 지난해 56.7킬로그램으로 10킬로그램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의무매입 시 비축물량의 시장가치는 지속 하락해 재정지출 낭비 요인이 된다”고 짚었다.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23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공비축벼 보관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온도 습도 등 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23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공비축벼 보관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온도 습도 등 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에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당정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당정협의 강화를 강조하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을 첫 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간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시사해온 바와 달리 우려를 표하면서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숙고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거부권 행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진행 중인 타 작물 전환을 유도하기가 매우 어려워져 쌀 수급 조절이 힘들어진다”며 “거기다 타 작물은 물론 수산물까지도 초과생산량에 대한 정부 매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 대응을 묻는 본지 질문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정 장관 입장으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브리핑에 나서 거부권 행사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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