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기술 등 MD 직무 역량 강화 교육도
유통업계 내 여러 직종 중에서도 MD(상품기획자)는 ‘유통의 꽃’으로 통한다. 유통업체들이 유능한 MD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유통기업들의 성적표가 달라져서다. 유통기업 이익 창출의 핵심에 자리한 만큼 대체로 기업 내 조직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유통기업 스스로 MD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MD 개인으로서는 시류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광고와 SNS 트렌드 파악 등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MD(Merchandiser)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상품기획자다. 유통업계 내 업종에 따라 역할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상품의 기획부터 개발, 생산, 입고, 판매, 프로모션, 철수까지 상품 유통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머천다이저’의 음에 빗대어 ‘뭐든지 다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가령 대형마트의 MD는 상품 기획에서 상품 산지(공장) 동향 확인, 원가 협상, 판매가격 설정, 산지에서 점포로 가는 물류 루트 결정, 판매 방식 결정, 검품 및 상품 관련 리스크 최소화 등을 담당한다. 편의점이나 오픈마켓, 홈쇼핑 등의 MD도 역할은 비슷하다.
일례로 이마트의 고등어 MD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전국 각지의 수산 경매장의 입항·경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적절한 가격대에 고등어를 구매하고, 136개 이마트 점포의 발주를 체크한 뒤 이에 따라 물량을 분배한다. 또 매일매일 달라지는 원가를 고려해 적당한 판매가를 설정하고 고등어가 점포에 잘 도착했는지, 신선도는 괜찮은지 등 다양한 리스크 관련 동향을 파악한다.
MD의 핵심은 ‘고객들에게 이슈가 되는 상품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해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느냐’다. 이 과정에서의 절대 명제가 바로 ‘차별화’다. 검색 한 번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 정보가 최저가로 제공되는 만큼 남들과 비슷한 조건으로는 선택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또 코로나 이후 온라인 장보기도 보편화하는 등 온·오프 간 경쟁도 심화해 MD의 차별화 상품 개발과 도입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제 고객은 단순한 가격 할인이 아니라 어떤 상품이냐에 반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MD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MD의 중요도를 비롯해 담당해야 할 분야가 광범위한 만큼 본사 조직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이마트의 경우 MD 수는 약 450명으로 전체 직원의 25% 수준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슈퍼와 합쳐서 300명가량의 MD가 근무 중이며 본사 기준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BGF리테일 상품본부의 MD는 60여 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3%가량 되는 수준이나 본사 부서 중 가장 큰 조직이다. 이밖에 11번가는 약 450명, G마켓과 CJ ENM은 전체 직원의 20~23%가 MD로 파악됐다.
운영 형태는 대체로 상품의 카테고리별로 팀이나 부서를 구성하고, 그 조직 내에서 여러 MD가 각자의 상품 카테고리를 담당하면서 상품 개발이나 관리, 행사 등을 기획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 근무 시간 등 일반적인 근무 방식은 다른 조직과 유사하지만, 업무의 특성상 출장이 많다.
BGF리테일의 경우에는 개인의 의사와 조직 운영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서를 거치도록 한다. 한 분야에 오래 머물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어 정기적인 순환 근무 체계로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담당하는 업무가 특별하다고 MD의 기본 보수까지 차이가 있지는 않다. 취재 기업 대부분 여타 부서와 동일한 급여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유통기업 나름의 다양한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J ENM(CJ온스타일)의 경우 탁월한 성과나 회사 전략에 기여도가 높은 개인 또는 조직을 선정해 분기별로 최대 1000만 원, 연간으로는 최대 5000만 원의 상여금을 준다. 이마트도 월·분기·연별로 MD 시상식이 있으며 상금과 상장을 수여한다. BGF리테일은 월·반기별 우수성과 포상 외에 ‘올해의BGF人’이라는 연말 포상 제도를 운영 중인데, 수상자 중에 MD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300만 원의 여행 상품권과 승진 가점이 주어진다.
MD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전문 MD 육성 전략이나 공통 지원되는 개인 교육을 통해 역량 강화를 꾀한다. 이마트는 MD의 기본 역할부터 원가 협상, 물류 루트 개설과 판매 방법 다양화 등 전방위적인 교육을 시행 중이다. 또 이마트 MD는 주기적으로 데이터 아카데미 교육도 수행하는데, MD끼리 모여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롯데마트의 경우 신입 MD로 발령이 나면 관련 교육 과정을 받아야 하며 중견 MD도 경험을 교류할 수 있는 회의체를 정기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은 MD 입문 과정, 2년차 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 중이며 협상과 회계 등 전문적 스킬은 온라인 과정을 통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11번가와 G마켓의 경우 직원 공통 역량 강화를 통해 MD 개개인이 원하는 영역의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자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MD는 시류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 만큼이나 트렌드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이에 최근 역점을 두는 분야를 보면 유통업계의 향후 트렌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마트 MD는 고물가 시대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데 방점을 찍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건강 관련 상품과 PB 브랜드 개발을 중시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주류에, GS리테일도 주류와 먹거리 등을 집중 전개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밖에 11번가와 G마켓은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서 선도할 수 있는 시장, 혹은 프로모션을 고심하고 있다.
MD 본인이 담당하는 카테고리의 매출과 이익을 책임지는 만큼 상품기획이 들어맞지 않았을 경우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기획이 실패했을 경우(손실 등) 금전적 부담 등은 일절 없으나 MD의 KPI(핵심성과지표)가 매출과 이익으로 평가되는 만큼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수시로 시장 조사를 통해 상품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시로 판매 상황에 집중해야 하고 예산 등 제한된 조건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등 매우 힘든 직업군”이라며 “업무 부담감이 분명히 큰 직군이나 또 그만큼의 좋은 성과에 대한 성취감도 함께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