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민간 사회서비스 공급체계가 경쟁을 통한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격한 품질 관리와 투명한 평가 결과 공개가 있다.
독일은 연방정부가 서비스 품질에 대한 보편적 기준과 규정을 만들고,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연방정부 기준·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평가·감독한다. 특히 종교단체 등 민간단체가 핵심 공급주체인 장기요양제도에 있어선 주별 공적의료보험 의료지원단(MD)이 노인과 장애인 복지에 대한 포괄적인 품질관리를 수행한다. 관리대상에는 입주형 요양시설뿐 아니라 암브란트(재가서비스), 주야간보호시설, 가족돌봄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MD 장기요양 담당자인 바터캄프 씨는 “암브란트의 경우, 센터당 8명을 조사해 상태가 어떤지, 이 사람들이 돌봄을 제대로 받았는지 조사한다”며 “가족돌봄에 대해서도 장기요양등급(1~5등급) 2등급 이상은 주기적으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품질 평가는 연 1회 이뤄지며, 평가 일정은 하루 전에 통보된다. 주 의료보험조합의 요청이 있을 땐 특별조사가 진행된다. 평가 결과는 항목별 1~6점으로 채점돼 공개된다. 바터캄프 씨는 “공적기관이 인증하면 국민은 믿는다”며 “우리는 평가 결과만 공개한다. 그러면 주 보건부 같은 곳에서 별도 조치가 없어도 보험회사에서 돈부터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점수가 현저하게 낮을 땐 드물게 퇴출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국 보건복지부도 부실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퇴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중앙사회서비스원과 17개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품질관리 기준·절차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스웨덴에선 기초자치단체(코뮨)가 품질 관리의 핵심주체다. 국가보건복지위원회(MBHW)가 재가돌봄 제공기관과 인력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독립적인 보건사회서비스조사단(IVO)이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만들고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허가·면허를 관리한다. 코뮨은 허가·면허를 받아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는 IVO를 통해 공개된다.
미트라 그하나드 우플랑스브로 코뮨 사회서비스실장은 “사회복지 서비스 품질관리는 돌봄과 의료복지(병원 퇴원자 관리)에 대해 하고 있다”며 “회계감독은 내·외부에 다 있다. 각 기관은 서비스 제공내욕과 환자 관리상황 등을 주기적으로 코뮨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모두 보고해야 한다.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환자 거주환경까지 보고사항에 포함된다”며 “시설들은 1년에 3번, 4개월마다 보고하고 연말에는 종합보고를 해야 한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코뮨이 불시에 현장점검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유보통합 시설인 유아학교(푀르 스콜라)에 대해선 학부모들이 직접 품질를 평가한다. 학무보들의 만족도는 코뮨 누리집에 공개돼 시설들의 경쟁을 유도한다.
스웨덴의 높은 사회서비스 품질은 높은 조세부담률과 큰 관련이 없다. 프레드릭 쿄스 우플랑스브로 코뮨의회 의장은 “세금을 많이 낼수록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 목표는 세금을 낮추고, 그러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공급인력 확보는 숙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돌봄수요 급증과 직업관 변화에 따른 인력난에 허덕이는 건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가족돌봄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바터캄프 씨는 “가족돌봄은 수입 목적 악용이나 서비스 질 하락 우려가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며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정체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독일 호프눙스탈러 로베탈재단의 볼프강 컨 대외협력 담당자는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고, 인력 수급을 위한 동기가 필요하다”며 “베트남 인력을 모집해보기도 했으나 언어·교육 문제로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우리도 사회서비스 공급체계가 민간 중심인데, 충분한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며 “우리나 독일이나 스웨덴이나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건 공급자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 개선과 종사자 처우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