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블라‧롭스 등 경쟁자는 사라지고 H&B시장은 줄어들면서 CJ올리브영이 매장에서 주류 판매를 늘리고 이너뷰티를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이미 입지가 튼튼한 편의점 등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 지점이 부족해 사업 다각화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기준 129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그중 100여 개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소용량 컵 와인이나 칵테일 등을 주로 판매하고 매장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달에는 ‘이너뷰티’ 행사를 진행하면서 관련 사업 강화에 집중한다. 31일까지 CJ올리브영 전국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 모바일 앱에서 바이탈뷰티‧니드인‧티젠‧비브리브 등의 제품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이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는 데는 H&B 시장의 축소가 있다. 시장이 줄어들면 소비자의 관심도 줄고 기업이 혼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
경쟁사였던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의 ‘롭스’는 모두 시장에서 철수에 점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같은 시장에 있는 업체 수 자체가 줄면 전체 시장 크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B 스토어 시장 규모 전망치는 1조6758억 원이다. 시장 성장폭은 2019년 2조440억 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하락세였다. 지난해 성장률은 이러한 감소세를 꺾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주류 시장과 이너뷰티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젊은 층의 입맛에 맞는 주류와 다양한 상품 구성은 이미 편의점 등에서 잘 하고 있어서다. 편의점 전체 주류 매출의 60%는 맥주고, 와인 매출의 70%는 1만 원대다. CJ올리브영이 목표로 두는 젊은층의 주류 소비는 편의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너뷰티의 경우에도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판매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네이버‧쿠팡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독점하고 아이허브 등 해외 플랫폼도 다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곳의 수는 많지 않지만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비중이 온라인이 높은 것을 고려해보면 CJ올리브영이 기존 업체와 차별화 지점을 만들기는 어렵다.
반면, 새로운 사업자들이 뷰티시장에 뛰어들면서 H&B 시장 밖의 경쟁사는 늘어나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1월 뷰티 전문 플랫폼 ‘뷰티 컬리’를 출시했다. 식품 시장에서 확보한 배송 경쟁력이 화장품 시장에도 결합하면서 CJ올리브영 오늘드림 배송과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의 행보가 얼마나 장점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상품을 이것저것 들여놓으면 결국 경계가 모호해지고 ‘올리브영에 가면 무엇을 살 수 있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옅어져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