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틀차에 19% 급락한 필에너지…개미 울리는 CB 전환 악재

입력 2023-07-17 14:07 수정 2023-07-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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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 근접했던 필에너지, 상장 이틀차 CB 악재에 18%대 급락
증시 훈풍에 사채→주식 전환 수요 급증…개미 피해 우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사진제공=한국거래소)

“혹시 계획적으로 주가 폭락을 유도한 게 아니냐” “상장하자마자 전환사채 행사로 개미(개인투자자)들만 피 보고 있다”

17일 필에너지의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는 개미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16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유통가능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필에너지는 전 거래일보다 22.34%(2만5600원) 급락한 8만9000원에 마감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따따블’ 근접했던 필에너지, CB 전환에 급락

지난주 금요일인 14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필에너지는 공모가(3만4000원)보다 237.06% 급등한 11만4600원에 마감했다. 장중 13만2000원까지 오르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에 근접했다.

공모주 ‘불패’를 이어가던 필에너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장 마감 후 필에너지는 제1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전환되는 주식 수는 총 120만29주, 전환가액은 1만3333원이다.

전환청구권 행사로 상장되는 신주는 총 주식 수(940만4412주)의 12.76%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설명서 기준 의무보유분을 제외한 유통가능물량이 261만5625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54.12%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회사 측은 “1개월 락업(보호예수)이 걸려 있어 당장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상장 당일 청구권이 행사됐고, 차액이 너무 크다 보니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초 필에너지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부터 CB 전환 등에 따른 지분 희석 위험을 고지한 바 있다. 회사 측은 “향후 주식 관련 권리가 행사될 경우 상장 주식 수가 증가할 수 있으며, 주식 수 증가로 인해 주식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상승하자 CB 주식전환 급증…개미 피해 우려

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CB의 주식 전환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4일까지 CB 전환청구행사 공시는 총 40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8건보다 135건(50.3%) 늘어났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CB를 발행할 때 전환가액을 미리 정해두는데, 만약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돈다면 투자자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카나리아바이오도 12일 200억 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를 공시했다. 총 주식 수의 11.45%인 468만5443주가 이달 26일 상장 예정이다. 전환가액은 3727원으로, 현재 주가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메디포스트는 제8·9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로 473만7732주(총 주식 수의 23.68%)가 25일 상장 예정이라고 밝혔다.

잇따르는 전환청구권 행사에 개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통상 CB를 포함한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주식 전환 청구는 악재로 여겨진다.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는 데다, CB 투자자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환된 주식을 대량 매도할 경우 ‘오버행’ 이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자금조달 수단이지만…주가에는 ‘날벼락’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주식과 채권의 중간 단계인 ‘메자닌’을 발행해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투심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이달 11일 LG화학은 해외에서 달러로 EB를 발행해 20억 달러(약 2조5900억 원)를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다음 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2.91% 내렸다. 해당 EB는 내년 8월 28일부터 2028년 7월 11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EB가 전액 주식으로 교환되면 369만4824주가 새로 상장된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주가가 급락한 CJ CGV도 지난해 7월 4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CB를 발행했다. 당시 청약률은 7.8%에 그치며 증권사들이 3700억 원가량의 실권 물량을 떠안은 상황이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고 있어 당장의 주식 전환 가능성은 낮지만, 유상증자 이후 전환가액이 조정되고 주가가 상승하면 CB 물량이 풀리며 주가가 재차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HMM도 대규모 CB와 BW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총 2조6800억 원 규모의 CB와 BW를 보유하고 있다. CB와 BW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5억3600만 주의 주식이 늘어나는 셈이고, 인수대금도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매수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상승하면 CB의 주식 전환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부실기업이 CB 발행을 남발하거나, 이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투자자들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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