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기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약품이 나오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단 기대가 연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CJ바이오사이언스,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항암·면역질환 등에서 뇌질환, 중추신경계질환까지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2019년 811억 달러(약 103조 원)에서 2023년에는 1087억 달러(약 138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 중 의약품 시장은 약 74억8440만 달러(약 9조 원)로 추정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을 총 15개로 확정했다. 회사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중 최다 규모다. 고형암, 염증성장질환(IBD), 천식 등 기존 보유 파이프라인 4건에 올해 3월 인수한 영국 4D파마의 파이프라인 14건을 더했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경구투여 항암제로 개발 중인 ‘CJRB-101’이다. 비소세포폐암, 두경부편평세포암종 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자체적인 항암 효능을 보유하고 있어 단독 투여시에도 항암효과가 있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투여 시 보다 뛰어난 항암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에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2025년 상반기까지 1상을 마무리하고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파이프라인 숫자는 신약 개발 기업의 경쟁력 지표”라며 ”이번 파이프라인 확보로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 치료제 ‘GEN-001’로 위암과 담도암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담도암 임상 2상 디자인 변경 승인을 받아 1차 표준치료법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담도암 환자 총 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코호트3을 추가했다.
위암 임상 2상의 경우 중간분석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이 목표치를 넘겨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임상 진행 지속 권고를 받았다. 톱라인 데이터는 내년 하반기 공개할 전망이다.
고바이오랩은 ‘KBL697’의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임상 2a상 단계다. KBL697은 전임상에서 항염증 면역조절 기전을 가진 락토바실러스 가세리(Lactobacillus gasseri) 단일균주 물질로, 궤양성대장염과 건선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먼저 임상 2a상 승인을 받아 환자 모집을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한국을 임상 지역에 포함했다. 종료 예정 시점은 내년 4월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기업들의 목표가 구체화하면서 기업들의 수요와 애로사항을 취합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도 지난 13일 발족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의 협의회에는 총 27개 회원사가 모였으며, 초대 회장사로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