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문조사 1급 공무원 사표…“정권 관련 업무 피하고 봐야”
“우리(교육부) 이제 어떡해요.”
요즘 교육부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까지 터졌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저연차 사무관은 ‘요즘 분위기 어떻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되물었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와 사교육카르텔, 4세대 나이스 논란까지 이미 교육 현장에는 문제가 쌓일 만큼 쌓여 있었다. 수능시험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국립대 사무국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직의 사기는 이미 땅에 곤두박질쳤다.
과거 ‘백년대계’를 준비한다는 자부심으로 교육 공무(公務)에 힘썼던 이들이 이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손 놓고 있는 ‘공무(空無)원’ 신세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익명의 사무관은 “그 어렵다는 고시 뚫고 고위직까지 올라도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지 않느냐”며 “굳이 치열하게 일할 필요 있나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저연차 익명의 사무관은 “사실 사무국장 사태가 났을 때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며 “승진이 공무원에게는 유일한 희망인데, 인사 적체가 고질적 문제가 되니 동기들 사이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에 대한 임용권을 내려놓으면서, 공직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을 띠거나 정권의 핵심 정책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인식도 암암리에 퍼져 있다.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정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테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던 오석환 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은 정권이 바뀌자 징계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최근엔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조사했던 1급 공무원이 사표를 낸 것도 교육부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 전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지난달 19일 명예퇴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일신상의 이유로 A 전 실장이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A 전 실장은 국민대 김건희 논문 관련 조사 등을 지시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교육부는 국민대가 김건희씨 논문에 대해 검증을 회피하자 여러 차례 국민대에 자체 검증을 실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고공단이 대기자로 갔다가 명예퇴직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A 전 실장이 김건희 여사의 논문 조사를 주도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 사표를 냈다는 것은 큰 오류 등 근거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A 전 실장과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연달아 현안이 터지고 교육부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면서 교육개혁마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립대 사무국장 제도 논란이 터지면서 교육부의 ‘자리 나눠먹기’ 프레임에 ‘적폐’라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각인됐다”며 “부총리는 계속해서 교육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이 같은 개혁이 교육부 내부에서는 현재 우선순위에서 밀린 지 오래”라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사회, 문화, 교육, 고용, 복지, 여성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들을 총괄·조정하는 사회부총리 부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무늬만 사회부총리 부처'라는 자조 섞인 '한숨'도 나온다.
그럼에도 교육부 내부에서 부처 위상이 이전보다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최근 주요 사회 현안을 논의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 6개 부처가 추가로 참여하기로 한 만큼 사회부총리 부처다운 위상을 곧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배동인 교육부 사회정책협력관은 “교육부 장관은 광범위한 교육정책뿐 아니라 부처 간 협업을 끌어내는 중책도 맡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 교육·돌봄·복지 등 지역 간 사회격차 완화, 부처 간 데이터 연계 등 개별 부처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사회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