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계속 여지를 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다시 불어나고 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었던 가계신용(빚) 잔액(1862조8000억 원)은 지난 2분기 9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로서 자신의 가장 큰 과제가 “가계부채의 연착륙”이라며 “현재 가계부채 수준은 잠재성장률을 훼손하는 수준이고, 성장과 금융안정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에 제약이 올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지난 두 달 동안 예상보다 더 증가했다”며 “그간 완화했던 부동산 관련 미시적 규제를 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했던 각종 규제완화 조치들을 거둬 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미시적 대책을 통해 조정한 후 부족하다고 하면 거시적인 정책도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금 가계대출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이 바닥을 쳤고, 금리는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한동안 1~2%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셔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빚을 내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젊은 세대를 향한 경고 메시지도 날렸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일치된 견해이며, 인하 시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3.75%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중국 경제 부진 우려 등으로 소폭 하향 조정한 2.2%를 제시했다. 우리 경제 반등 폭이 애초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을 유지, 올해 3% 중반에서 내년 2% 초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최근 중국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한 데 대해 “국내 펜트업 소비 약화, 중국경제의 더딘 회복세,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등 하방요인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증대 등 상방요인을 함께 고려한 결과”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서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 명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당폭 더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0.06%포인트(p) 정도 끌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부동산 시장을 볼 때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고, 이것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경제전망의 대안 시나리오 분석도 내놨다. 구체적으로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면서 IT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올해 성장률은 1.5%, 내년은 2.4%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 부동산 부진 지속으로 성장세가 추가 약화되는 경우’에는 올해 1.2∼1.3%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1.9∼2.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올해 성장률이 1.3%, 내년 성장률은 2.1%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