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임의대로 값싼 비슷한 성분의 약으로 조제하는 불법임의조제(대체조제)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대체조제는 약효가 떨어지는 약물을 환자가 복용할 수 있어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8582건이었던 대체조제 건수가 2007년 15만6678건으로 5년 새 무려 18배 이상 급증했다.
현행 약사법 26조에는 의사의 동의없이 임의대로 약사가 처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가족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약제비절감과 약국의 재고 미확보 등을 이유로 의사의 동의하에 ▲복제약과 복제약 간의 대체조제 ▲대조약(오리지널약)이 2개 이상인 경우 양 대조약 간의 대체조제 ▲대조약과 다른 대조약에서 파생된 복제약 간의 대체조제 ▲양 대조약에서 각각 파생된 복제약간의 대체조제 등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보건당국의 이같은 태도가 약마다 제 각기 약물농도가 다르고 효과도 제각각인 것을 감안할 때 말도 안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대조약이 두가지 이상 존재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동일한 성분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동등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제형(약의 형태)들이 있을 경우에 대체조제를 한하고 있고 이 경우에도 각각의 복제약은 서로 대체조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복제약의 경우 대조약과 비교해 90~110%의 역가(약효)를 기준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쳐 승인하고 있기 때문에 약효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없다”면서 “국민들의 약제비 절감을 위해서 대체조제는 긍정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2007년 저가약 처방을 통해 약제비절감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9개월가량 실시했던 성분명처방시범사업의 결과가 이달말 경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이 무시된 채 약사들이 알아서 약을 조제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성분명처방사업은 의약품이 약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되는 것으로 이 사업이 정식으로 실시되면 지금처럼 의사는 특정 제약사의 특정 약물을 처방전에 쓰는 대신 성분명만을 기록해 약사가 같은 성분의 다른 제약사 약품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러한 정부와 의료계의 시각차이로 인해 국민들의 혼란은 더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시민은 “간혹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약봉투를 개봉했을 때 바뀌어 있는 경우가 더러 있어 해당약국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재고가 없어서 비슷한 다른 약으로 조제 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바뀐 약이 전에 먹던 약이랑 효과가 얼마나 비슷한지 일반국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약국에서 의사 허락 없이 가격이 싼 약을 조제함으로서 차익을 얻고 있는 약국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고 “실제 혈압약과 같이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들은 약효가 떨어질 경우 환자에게 있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당국은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