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비중 37.8% 역대 최저
주담대는 3년 새 5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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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가계대출액 중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액 중 일반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0%(683조1185억 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말(43.97%)과 비교하면 3년 새 6.16%포인트(p) 감소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동기(1882조3854억 원) 대비 41조8086억 원 늘어난 1927조259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모든 신용 거래의 총합으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이 중 가계대출은 1806조9975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800조 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은 주담대와 기타대출(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 상업용 부동산·예·적금·주식 담보대출)로 구성된다. 카드·자동차할부 등 판매신용은 120조2623억 원으로 전년(118조1985억 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증가는 주담대가 이끌었다. 주담대는 지난해 말 1123조8790억 원으로 전년(1064조3391억 원) 대비 59조5399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 비중은 2021년 말 56.03%에서 지난해 말 62.20%로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예금은행 주담대는 지난해 말 기준 727조848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672조1102억 원) 대비 55조7387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은 243조8485억 원에서 238조2483억 원으로 5조 원 넘게 감소했다. 예금은행의 주담대 급증에 따라 국내 전체 가계대출액 중에서 예금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말 51.8%에서 지난해 말 53.46%(966조972억 원)로 증가했다. 예금은행으로의 대출 쏠림이 심화된 것이다.
비은행예금기관에서 주담대도 급증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의 주담대는 111조9590억 원으로 1년 전(105조6001억 원)보다 6조 원가량 증가했다. 2018년 2분기(112조7943억 원) 이후 최대다. 같은 기간 기타대출이 212조3025억 원에서 198조3158억 원으로 14조 원가량 감소했다.
기타대출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고금리 환경에서 신용대출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출자는 기존 신용대출을 상환하고 금리가 낮은 주담대로 갈아타는(대환대출) 경우도 늘었다. 지난해 기준 신용대출 금리(연 7~10%)는 주담대(고정금리 연 3~5%)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한 점도 신용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는 만큼 주담대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준거가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1월 기준 3.08%로 전월 대비 0.14%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단기 투자자금 용도로 급히 신용대출을 일으켰다가 고금리 속에서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점도 신용대출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며 “주담대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대출한도가 늘어나면서 주담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