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사, 같은 호실적인데 배당 못해
당국에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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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주환원 정책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보험업계는 제도 개선에 공동 대응할 전망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화생명과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반면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은 적극적인 배당 확대에 나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보통주 1주당 4500원과 1만9000원을 배당한다. 시가배당율은 4.5%, 5.0%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2028년까지 순이익의 50%를 배당할 계획이다. 삼성생명도 주주환원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3~4년 내 50%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DB손해보험은 보통주 1주당 6800원을 배당하며 시가배당율 7.0%를 기록했다.
배당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IFRS17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는데, 부채평가액이 감소해도 계약자가 보험을 전량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준비금 제도를 마련했다. 시가평가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으면 그 차액을 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는 법정준비금이므로 충분하지 않으면, 배당이 제한되고 세금 납부도 미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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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강화 전략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의 순이익이 늘어나도 배당 가능 이익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최근 열린 2024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해약환급금이 신계약 규모에 정비례해 증가함에 따라 적립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다른 보험사도 상황이 비슷하다"며 "이익이 증가해도 배당 여력 감소와 세무 이슈 등이 지속해서 발생할 우려가 있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임을 업계가 전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이러한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급여력(K-ICS)비율이 20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20%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K-ICS 비율도 금리 등 외부적인 요인이 영향을 많이 끼치는 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신계약 증가로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 여력이 줄고, 정부 세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현실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환원을 확대하려 해도 회계 제도상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밸류업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IFRS17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실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