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워킹맘 직원이 초번ㆍ공휴일 근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사업주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도로관리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한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2008년부터 8년 9개월간 일해 온 일근직 노동자로 1세, 6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2017년 도로관리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A 씨는 원고와 새로운 시용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는 시용기간 3개월 중 초번ㆍ공휴일 근무를 지시했지만, A 씨는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시용기간 만료 후 초번ㆍ공휴일 근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했다는 이유로 A 씨에게 본채용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성을 부정하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원고가 사회통념상 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원심의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은 "A 씨에게 초번ㆍ공휴일 근무가 인정된다"면서도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업주가 소속 직원의 일ㆍ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A 씨가 수년간 지속한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변경해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원고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 관계자는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육아기 근로자 자녀의 양육을 지원할 책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고 그 판단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일ㆍ가정 양립이라는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