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이어 大法도 인정하지 않아
50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를 살해한 뒤 알코올중독자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감형을 주장한 70대 남편에 대해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배우자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 A(74)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가장으로서 A 씨는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지 못하고 자녀들이 자신의 부인과만 교류하는 데 열등감을 느껴 수십 년 전부터 술에 취하면 아내를 때리는 등 폭력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A 씨는 부인에게 ‘당신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1000만 원을 대출받아달라’고 말했다가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흉기로 아내 머리를 3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A 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중증도 내지 고도의 알코올중독 상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A 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전문 심리위원 의견 등을 종합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검사와 피고인 항소를 전부 기각했다.
원심은 “혼인기간 50년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귀중한 생명을 잃어 범행 결과가 극히 중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징역 20년이 무겁다는 A 씨 항소를 기각했다.
동시에 법원은 잔혹한 범행 결과에 비해 선고형량이 가볍다는 검사 측 항소 또한 기각했는데, 피고인은 73세의 고령이고 40여 년간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피해자를 상대로 방화미수 범죄를 저질러 이 사건 범행 당시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다.
대법원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지극히 참담한 상황을 겪게 된 피해자 자녀들의 심적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한 자녀는 사건 현장을 목격하기까지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