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가장 대신한 아내 살해 70대 남편…‘징역 20년’ 확정

입력 2024-01-23 12:00 수정 2024-01-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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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에 수십 년 전부터 술 취하면 폭행

“알코올중독 심신미약” 주장했지만
1‧2심 이어 大法도 인정하지 않아

50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를 살해한 뒤 알코올중독자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감형을 주장한 70대 남편에 대해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배우자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 A(74)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가장으로서 A 씨는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지 못하고 자녀들이 자신의 부인과만 교류하는 데 열등감을 느껴 수십 년 전부터 술에 취하면 아내를 때리는 등 폭력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A 씨는 부인에게 ‘당신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1000만 원을 대출받아달라’고 말했다가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흉기로 아내 머리를 3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A 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중증도 내지 고도의 알코올중독 상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A 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전문 심리위원 의견 등을 종합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검사와 피고인 항소를 전부 기각했다.

원심은 “혼인기간 50년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귀중한 생명을 잃어 범행 결과가 극히 중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징역 20년이 무겁다는 A 씨 항소를 기각했다.

동시에 법원은 잔혹한 범행 결과에 비해 선고형량이 가볍다는 검사 측 항소 또한 기각했는데, 피고인은 73세의 고령이고 40여 년간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피해자를 상대로 방화미수 범죄를 저질러 이 사건 범행 당시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다.

대법원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지극히 참담한 상황을 겪게 된 피해자 자녀들의 심적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한 자녀는 사건 현장을 목격하기까지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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