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업계가 영업사원들의 회사내부 고발로 병의원에 대한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공론화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제약사에서 영업사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직원의 40~50%에 달하고, 아킬레스건인 리베이트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어 회사마다 이들에 대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이 제주도에서 의사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사실을 제보한 사람은 퇴사한 안국약품 영업사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협회 어준선 회장은 4일 상위제약사 CEO간담회 이후 안국약품 리베이트 조사 배경과 관련해 퇴사한 영업사원이 협회측에 제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제보를 한 직원이 최근까지 회사에 근무했으나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골프접대 제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700여 병의원을 비롯해 보건소 공중보건의들에게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방송에 보도된 광동제약의 경우도 영업사원들의 내부고발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제약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한양행의 리베이트 자금 마련을 위한 비자금 조성 파문도 자사 영업사원의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이런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내부고발은 제약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리베이트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폭발성을 지닐수 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병의원에 대한 리베이트에 관여를 하고 문서를 만드는 것도 이들이기 때문이다.
A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영업사원들의 불만은 목표는 오르는데 실적이 안 따라준다는 점이 가장 크고 신약투입(랜딩)에 대한 스트레스, 또 직장근무 수명이 짧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영업사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영업사원의 대다수가 차장급인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퇴직한다.
B제약사의 영업사원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 쫓겨나게 되면 회사에 대한 서운함이 크다”며 “팀장급도 내가 살기 위해서는 밑에 사람을 내보내야하고 내쳐지는 사람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데 나가라고 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사원들은 회사의 아킬레스건인 리베이트를 폭로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제약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감사를 하고 품의서 등의 내부문서 복사 유무 등을 조사한다. 특히 입사할 때 다른 산업군과 달리 신용보증이 아닌 주변 사람의 보증을 강요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제약사나 안국약품꼴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나름대로 내부에서 관리를 하지만 퇴사한 직원까지 관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