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으로 보면 60세 이상 장년층은 고용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근로 환경은 열악하기만 한다. 대부분 임금이 낮은 단기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어서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이 짧은 데 있고, 이는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불러오고 있는 만큼 고용 연장과 질 좋은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60세 이상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243만 원이다. 이는 전체 연령(19세 이하 제외) 중 가장 낮다. 40대(438만 원), 50대(415만 원), 30대(379만 원), 20대(255만 원) 보다 최대 200만원 이상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60세 이상 근로자가 다른 연령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고용 기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 대부분 취업하는 데 기인한다. 정부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공공일자리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일자리는 통상적으로 6개월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는 단기 일자리다.
정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를 전년 대비 14만7000개 늘어난 총 103만 개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확대 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저출산 및 고령화 가속화로 노년층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 규모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는 전년보다 35만 명 늘어난 1393만1000명으로 15세 이상 인구(4551만4000명)의 30.6%를 차지했다.
이들 고령자가 임금이 낮더라도 일을 하려는 것은 생계와 관련이 있다. 2021년 기준 취업 노인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배우자 부담이 9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부·사회단체(3.8%), 자녀·친척지원(3.2%) 순이었다.
낮은 임금을 받고서라도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에서 잘 드러난다. 2018년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2021년에는 39.3%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에스토니아에 이어 두 번째)를 보였다. OECD 평균(13.1%)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상대적 빈곤율은 균등화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인구 빈곤율(15.1%)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그만큼 고령층에서 저소득자가 많다는 얘기다.
노인 빈곤율은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과 관계가 깊다. 다른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퇴직 후 소득 불안정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작년 5월 기준 고령층 인구(55~79세)가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49.4세로 나타났다. 정년퇴직 연령인 60세에도 한참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30.2%는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 이유로 일자리에서 밀려났다.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11.3%)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4명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것이다.
이들 장년층이 주된 일자리 퇴직 이후 재취업 시 소득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높고, 이러한 현상은 고령자가 되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고용연장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며 “또한 변화하는 산업과 중고령층의 특성에 적합한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안정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일자리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향후 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연장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연금 공백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