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업체가 제한적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17년 동안 입찰 담합을 지속해온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공정위는 삼정전기공업·쌍용전기·한양전기공업·협화전기공업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8억5300만 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4개 업체는 직렬리액터와 방전코일을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들로 한국전력공사의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직렬리액터는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콘덴서에서 나오는 고주파를 차단하는 장치로 과열과 기기 오작동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방전코일 역시 콘덴서의 전원에 남아있는 잔류 전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감전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제품으로 직렬리액터와 함께 사용한다.
제품의 주요 사용처인 한전은 1990년대부터 이 두 제품의 입찰을 발주하고 있다. 하지만 KS 규격 인증을 받아야 입찰에 참가할 수 있고 당시 이 인증을 받은 업체가 4곳뿐이어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담합을 합의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4개 사업자는 입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만남이 이뤄졌고 이후 누가 낙찰을 받더라도 낙찰 물량을 4분의 1로 균등하게 갖기로 했다. 이후 2002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7년 동안 231건의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가격 결정 방식을 합의하고 번갈아가며 낙찰을 받았다.
합의 초기에는 입찰 건마다 4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2007년부터는 홀수 연도에는 삼정전기공업과 쌍용전기가, 짝수 연도에는 한양전기공업과 협화전기공업이 참여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낙찰을 받은 사업자는 다른 3개 사에 낙찰받은 물량을 균등하게 배정하고, 완제품을 제조해 자신에게 납품하도록 요청했다. 이후 관련 대금과 비용을 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이후에는 KS 인증 업체가 늘어나면서 이들은 더 이상 담합을 할 수 없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삼정전기공업 2억1600만 원, 쌍용전기 2억1800만 원, 한양전기공업 2억1200만 원, 협화전기공업 2억700만 원 등 총 8억53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공공 분야의 구매 입찰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유지돼 왔던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공 분야의 입찰 담합에 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