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체감 물가와 지표상 물가 간 괴리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했다. 오른 폭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전년도 물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8월부터 10월까지 확대됐으나, 11월 이후에는 다시 3%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지표상 물가는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괴리가 크다. 이는 물가의 가중치 산출방식에 기인한다.
가령, 전년 동월 대비 물가지수가 20% 이상 오른 품목은 2월 기준으로 총 17개다.
농산물 중에선 배추(21.0%), 시금치(33.9%), 호박(21.9%), 가지(27.7%), 토마토(56.3%), 파(50.1%), 사과(71.0%), 배(61.1%), 복숭아(63.2%), 감(55.9%), 귤(78.1%), 참외(37.4%), 수박(51.4%), 딸기(23.3%), 체리(28.0%)가 20% 이상 상승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설탕(20.3%), 소금(20.9%)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중 가중치가 가장 큰 품목은 사과(2.3)다. 이어 귤(1.8), 딸기(1.5) 순이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에 따른 월평균 소비지출 총액(가중치 기준액)을 1000으로 하고, 개별 품목이 차지하는 구성비를 그 품목의 가중치로 산출한다. 사과의 가중치가 2.3이라면, 소비지출 총액 중 사과 비중이 0.23%란 의미다. 종합지수 상승률에도 품목별 가중치가 반영된다. 이 때문에 사과 값이 71.0% 올랐다면, 종합지수 상승률은 0.16%포인트(P) 오르는 데 그친다. 시금치는 가중치가 0.3으로, 가격이 33.9% 올랐어도 종합지수 상승 기여도는 0.01%(P)에 불과하다.
상품 중 가중치가 가장 큰 품목은 휘발유(24.1)다. 2월 기준 20% 이상 오른 17개 품목의 가중치 합계(15.1)는 이보다 작다. 체감 물가가 높아도 종합지수 변동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준시점 대비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절대적인 ‘가격’과는 차이가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건 가격이 ‘덜 올랐다’는 의미지, ‘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