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초기 투자유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24-04-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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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열 코드박스(ZUZU) 대표

열정적인 도전을 하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들에 있어 투자유치 성공은 무엇보다도 큰 원군이다. 하지만 투자유치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의외로 스타트업 CEO들이 벤처캐피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투자 유치에 대해 몇 가지 공통된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가치보다 자금규모가 더 중요해

대표적인 오해는 투자 유치 시 기업 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대략 20억에서 30억 원 사이가 많다. 벤처캐피털은 투자 이후 최소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길 원하기 때문에, 투자금은 보통 2억~3억 원 사이다. 만약 시드 투자에 기업 가치를 20억 원이 아닌 100억 원으로 인정받고 2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면 좋은 투자일까?

투자금이 동일하게 2억 원이라고 하면 기업 가치가 100억 원일 때와 20억 원일 때 투자자가 가져가는 지분은 각각 10%와 2%다. 창업팀 입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높을수록 지분 희석이 적기 때문에 기업 가치는 높을수록 좋아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후속 투자가 필요할 때 발생한다. 시드 투자 자금은 제품 개발과 시장 검증만 해도 빠듯한 금액이고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후속 투자가 필요한데, 높은 기업 가치는 후속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팀은 투자 유치 시 기업 가치보다는 필요 자금의 규모와 후속 투자의 시기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 좋다. 제품 개발 및 시장 검증에 2억 원이 필요하다면, 2억 원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기업 가치를 역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지분 희석을 줄이기 위해 높은 기업 가치로 필요보다 적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다. 자금은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고 후속 투자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업의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필요보다 조금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투자 유치에 관한 또 다른 오해는 투자자들이 흑자 기업만 선호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거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구조 조정을 하거나 도산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니 이러한 믿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요즘은 시드 단계 기업에도 수익성을 묻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을 상징하는 J커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트업은 당장 작은 이익을 내는 것보다 빠른 성장을 통해 미래에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더 큰 이익 집중을

우리 회사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낼 것 같은데 왜 벤처캐피털이 투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벤처캐피털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게 많다. 벤처캐피털은 2~3배의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아니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100배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게 벤처캐피털이다. 100배의 이익은 당장의 수익성이 아닌 J커브와 같은 가파른 성장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미래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당장은 손해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노력에 더해 자본 시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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