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사회부총리급 중앙행정기관으로 개편하는 방향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제시한 저출산대응기획부는 여·야가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인구부와는 물론, 일반적인 중앙행정기관과도 성격이 다르다. 정책 ‘집행’이 아닌 ‘기획’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이끌었던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형태다.
◇저고위로는 한계…“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 맡기려고 한다”
현재 저고위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근거한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지만, 법령상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보건복지부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작성하게 돼 있다. 기본계획 심의·의결권은 저고위에 있지만, 기본계획 작성에서 저고위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저고위가 기획한 정책도 기본계획 반영을 위해선 관계부처 동의가 필요해서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22대 총선 공약으로 인구부 신설을 내걸었다. 인구정책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저출산·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단 취지였다. 총선 전에도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복지부에 차관급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주호영 의원 등 115명 공동발의)한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구상은 인구부와 성격이 다르다. 애초 정치권에선 저고위와 여가부, 복지부 인구정책실,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 등을 통합하는 형태가 논의됐다.
반면, 저출생대응기획부는 인구정책 집행권을 기존 부처에 두고 기획만 전담하는 기구다. 따라서 기존 부처들을 통합하는 형태보단 위원회들을 통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정책 관련 위원회로는 대통령 소속인 저고위와 국무총리 소속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 등이 있다. 지방시대위원회(대통령 소속)도 큰 틀에선 인구정책 관련 위원회로 볼 수 있다. 저출생대응기획부의 롤모델은 경제기획원이다.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주도해 수립하는 기본계획을 통해 공격적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다.
◇여가부는 어쩌나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여가부를 신설 인구부에 통합하려고 했다. 단, 여가부 폐지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여가부 폐지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이 하나의 개정안에 담겨 발의되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까지 늦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관가에선 두 개정안의 분리 처리 가능성을 점친다.
그렇다고 여가부 존치가 확정되는 건 아니다. 여가부 설치 근거는 ‘정부조직법’에 있지만, 조직과 업무 범위는 시행령인 ‘여성가족부 직제’에 규정돼 있다. 여가부를 폐지하진 못하더라도 주요업무를 타 부처로 이관해 여가부를 ‘껍데기’만 남겨두는 건 가능하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