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만드는 방법도 진화…로봇 활용 늘려가는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입력 2024-07-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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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車 제조 과정에 로봇 활용 늘려가는 중
가장 대표적인 HMGICS…200여 기 모바일 로봇 활용
배터리 제작에도 로봇 투입…제조 시간 4분의 1로↓

▲로봇이 셀(Cell)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로봇이 셀(Cell)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로봇 활용도를 늘려가고 있다.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기초적인 수준부터 초미세공정 등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공정에 로봇을 투입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공장 중 로봇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곳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다. ‘혁신센터’라는 이름에서 예상해볼 수 있듯 이곳은 현대차그룹의 가장 혁신적인 생산 방법이 적용된 일종의 ‘테스트베드’다.

HMGICS가 기존 자동차 공장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20세기부터 이어져 온 컨베이어 벨트 구조를 완전히 탈피했다는 점이다. HMGICS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타원형의 소규모 작업장인 ‘셀(Cell)’에서 차가 만들어진다. 사람과 로봇은 총 27개의 셀에서 고객의 주문 사항에 맞춰 다양한 차종 혹은 모빌리티를 유연하게 생산한다. 작업자는 웨어러블 로봇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조립하기도 한다.

▲작업자가 의자형 웨어러블 로봇의 도움을 받아 아이오닉 5 도어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작업자가 의자형 웨어러블 로봇의 도움을 받아 아이오닉 5 도어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맞춤 제작에 유리한 셀 생산 방식에 특화된 자동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HMGICS에는 약 200기에 달하는 모바일 로봇(움직이는 로봇)이 배치됐다. 이 로봇들은 작업자를 대신해 차량 부품을 운반하거나 설비를 점검한다. 나아가 일부 로봇은 비전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해 차량의 조립 상태를 확인해 조립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아울러 로봇간 동선 중복 문제 해결, 실시간 로봇 활용 현황 파악 등에 데이터 통신이 필요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HMGICS에 고성능 5G 네트워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처럼 AI와 로보틱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HMGICS의 물류·조립 과정의 자동화 비중은 각각 65%, 46%에 이른다.

▲작업자가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이 조립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작업자가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이 조립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특히 HMGICS에서 눈에 띄는 로봇 중 하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다. 2022년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은 스팟은 HMGICS 3층에서 품질 검사원으로 활약하며 ‘AI 키퍼’로 불리고 있다. 스팟은 작업자가 조립한 부위에 가까이 접근해 머리에 달린 카ㅔ라로 작업 부위를 촬영, 이를 비전 AI로 분석해 조립 품질을 꼼꼼하게 검사한다. AI 키퍼의 검사 영역은 38개에 달하며 정확도는 99%를 넘어선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최신 생산 기법을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신공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로봇 활용도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조립 과정에도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최적화된 배터리 생산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과정을 간략하게 표현하면 배터리 셀(Cell)을 모아 배터리 모듈(BMA)을 만들고, BMA 수십 개를 연결해 하나의 배터리 시스템(BSA)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는 베터리 셀을 모아서 용접하는 과정이 배터리 제작에 가장 까다로운 공정으로 지목된다. 가령 아이오닉 5에 장착되는 BSA의 전기적 결합을 위해 필요한 용접 포인트는 1176개에 달한다. 그중 하나만 잘못돼도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이 과정에 로봇팔을 활용한다.

▲로봇팔을 활용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로봇팔을 활용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개의 용접 로봇을 활용해 각 부위를 동시에 용접하는 ‘통합 용접’ 공법을 활용한다. 2대의 다관절 로봇이 같은 속도로 작업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생산 속도가 빠르고 배터리 크기·타입에 상관없이 모든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을 통해 BMA 제조에 걸리던 시간을 90초에서 20초까지 줄이며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화재에 민감한 배터리를 다루는 만큼 로봇을 활용한 안전 기술도 새로 추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화학 반응이 끝날 때까지 일반적인 방법으로 끌 수 없다”며 “화재를 실시간 감지하면서 동시에 로봇이 배터리를 들어 염수조에 넣도록 자동 화재 발화 대처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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