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기범죄 엄벌, 누가 왜 반대하겠나

입력 2024-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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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어제 사기범죄를 엄벌하는 방향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발표했다. 내년 3월 최종 의결되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처벌 수위가 조정된다. 늦은 감이 없지 않고 향후 절차도 지켜봐야 하지만,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형벌 부과로 실질적인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수정안은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최대 무기징역(이득액 300억 원 이상)까지 선고할 수 있다. 피해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가중 6~11년,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은 기본 6~11년, 가중 8~17년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일반 사기범죄에 대해서도 양형 권고 기준을 올렸다.

감경인자로 인식되는 ‘공탁’은 정비된다. 공탁은 최소한의 보상 수단에 불과하지만 ‘솜방망이’ 판결을 부르는 게 사실이다. 사기범들이 피해액보다 낮은 금액을 공탁해도 감형되는 판례가 적지 않다. 수정안이 확정되면 실질적·상당한 피해 복구가 이뤄질 경우에만 감형이 가능해진다.

양형위는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고려해 기본·가중영역 상한을 상향했다”고 했다. 관건은 실효성이다. 양형기준은 권고사항이다. 일선 법원이 한결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를 별도의 양형기준 유형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금융당국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도입할 정도로 보험사기 폐해가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전년 대비 346억 원(3.2%) 늘어난 1조1164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적발 인원도 10만9522명으로 전년 대비 6843명(6.7%) 늘었다. 보험사기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인자(양형 심리에 반영할 요소)를 조정한다지만 그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30만 건 안팎의 사기 범죄가 발생했다. 5년간 사기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149만3000명, 피해 규모는 126조4000억 원에 달한다. 2022년 기준 전체 범죄 중 사기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22.6%로 1위다. 2021년 기준 사기 재범률은 42.4%로 전체 범행 재범률(29.3%)의 약 1.5배 수준이란 통계도 있다. 사법체계를 바로 세워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처벌 위험보다 기대 이익이 많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은 국가 명운을 걸고 뿌리 뽑아야 한다.

피해자 피눈물은 보지 않고 가해자 인권만 중시하는 ‘무늬만 인권’ 판결이 사라지지 않으면 양형기준을 백번 바꿔도 다 허사다. 경합범 가중 규정부터 근본적으로 손볼 일이다. 인천지법은 지난 2월 서민 전세보증금 148억 원을 가로챈 사기범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청년 4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민생 파괴 사건이지만 법 규정상 그게 한도였기 때문이다. 국가 법망이 이렇게 허술할 수가 없다. 이러니 ‘테라·루나’ 사태 주범이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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