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친정 체제’ 구성 완료...결속 다지기
이재명 “경쟁 많을수록 좋아”
다만 야권 미묘한 긴장감은 여전
친노(親盧‧친노무현)이자 친문(親文‧친문재인)의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이재명의 경쟁자’이자 ‘이재명의 플랜B’로 부상할 전망이 나오면서 대권 잠룡들이 분주해졌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확정되자 여야 대권 주자들은 앞다퉈 메시지를 내놨다.
여권 잠룡으로 평가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51%’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YTN 라디오에서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동안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정도로 말씀드렸는데 지난달 임기 반환점이 지났다”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김 전 지사 복권에는 “당 핵심 지지층 사이에선 복권을 달가워하지 않은 분위기가 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깊은 뜻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행정은 국방 빼고는 다 있다. 저는 네 번째 서울시장 직을 수행하는 것을 비롯해 종합행정으로 시행착오 경험을 많이 쌓아온 게 차이라면 차이고, 차별점이 생길 수 있겠다”면서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최근까지도 오 시장은 “다음 대선에 나설 확률은 50대 50”, “임기 절반도 안 됐는데 대선 얘기를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관철해왔다. 다만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크게 패한 뒤부터 “역할을 하겠다”면서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수도권 낙선자들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과 비공개 식사 자리도 여러 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수도권 원외 인사는 “오 시장이 당내 자신의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대권을 위해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후속 당직 인선을 통해 ‘친정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재임 당시 함께 일했던 유의동 전 의원, 유일준 변호사, 장서정 전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여의도연구원장, 당무감사위원장, 홍보본부장에 임명했다. 이른바 지도부를 ‘한동훈의 사람’으로 채우면서 당 장악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 대표는 당 결속 다지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5일 “중도·수도권·청년의 외연 확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인재영입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다시 한번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친한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켜봤던 한 대표는 할 말 할 때는 하는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의 복권 안을 재가했을 때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3일 한 언론 유튜브 방송에서 “앞으로 사사건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부딪힐 가능성이 커 보여 불길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이 유력시되는 야권의 대권주자 이재명 전 대표는 14일 오마이뉴스TV에 출연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우리 진영을 강화하는 콘크리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환영을 뜻을 보였다. 그는 “저도 ‘이재명 단일 체제’라 비난받을 정도로 (당이) 너무 한쪽으로 몰리는 게 약간 걱정”이라며 “숲은 우거질수록 좋고, 경쟁은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김 전 지사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전 지사를 두고 야권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앞세워 야권의 분열을 노린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5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가)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해야 된다고 늘 생각한다”며 “정치인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소리만 무성한 아우성”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사자인 김 전 지사가 당장 귀국하지 않는데다 ‘이재명 친정 체제’가 확고해진 민주당에서 비명(비이재명) 세력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단 이유에서다. 복권된 김 전 지사와 최근 연락했다는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가 “왜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어떤 결정이든 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