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기업의 밸류업 노력과 선순환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유망한 투자 기회를 발굴해 투자자들에게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경영 감시활동 등을 통해 투자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도 “국민재산 지킴이로서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 달라”며 자산운용사들에게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는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이행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2월 자사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식으로 개정했다. 투자 대상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계획을 수립·시행함과 동시에 시장과 소통하고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점검하고, 투자 대상 기업에 투자자로서 의견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통해 기관투자자와 주주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며 “이를 통해 주주가 기업의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찌감치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중심으로 밸류업 강화에 나서고자 노력 중이다. 201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대형 운용사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전담 조직인 ‘스튜어드십 본부’를 구성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투자자 가치 제고를 위해 운용과 분리된 독립 조직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외부 리서치 기관을 활용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 중”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유인하기 위한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기업 가치를 제고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투자자 유인을 통해 증시 활황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6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지배구조주주환원펀드’를 상장했다. 이 펀드는 주주환원을 위한 구조적 개선이 가능한 조건(본업경쟁력 강화·주주제안·사업구조 재편 가능성)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운용역인 김수민 한국투자신탁운용 ESG운용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주식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주주환원율을 높여가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하는 종목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신한자산운용은 6월 ‘SOL 금융지주 플러스 고배당 ETF’를 상장했다. 이 ETF는 최근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앞장서며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높인 국내 금융지주에 집중 투자한다.
KB자산운용은 2006년부터 1조 원 규모로 운용 중인 발해인프라펀드를 10월 상장해 일반투자자에게 배당 투자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상장 이후에는 GTX-C, 수도권제2순환도로 등에 투자할 예정”이라며 “공모가 기준으로 연 7% 후반대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KB자산운용은 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 개발을 고려해 신규 상품 구성을 다각화하고,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와 KB액티브배당펀드 등을 통해 기업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도 밸류업 활동에 한창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밸류업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 4월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는 리츠의 밸류업을 촉구하기 위해 국내 상장리츠 19곳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의 상장리츠 이지스밸류리츠가 4월 기초자산인 태평로빌딩에 자본재구조화를 실시해 주당 600원의 특별배당을 추진하며 솔선수범 행보를 보였다. 또 배당액이 확정된 뒤에 투자자가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선(先) 배당 후(後) 투자’ 방식을 도입해 주주 권익 보호에도 나섰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밸류업 활동을 시작으로 4월 말 이후 ‘KRX 리츠 TOP 10 지수’는 9% 넘게 올랐다.
자산운용사들은 밸류업의 한 방편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언급되기 이전인 2021년 이미 ESG 투자 전략 수립을 위해 ESG전략본부를 신설했다. KB자산운용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글로벌 등 전 자산 영역에서 ESG 상품 라인업을 확보해 6월 기준 5조3028억 원가량의 관련 자산을 운용 중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에는 ESG 보고서 발간이 유행했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6~7월에 걸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을 모두 마쳤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올해 처음으로 발간됐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며 “지속가능경영 목표, 계획,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