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면세점 구매액, 1년 새 22% 감소
엔데믹에도 면세업계 불황 여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고 처리를 위해 한시 운영한 재고 면세품 내수판매 채널이 국내 면세점업계에서 사라진다. 다만 국내 면세점 4사의 재고 자산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각 사는 핵심 사업장의 경쟁력 강화 등 본업 회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재고 면세품 내수판매 온라인 채널 '럭스몰'이 30일 문을 닫는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말까지 통관 완료한 상품에 한해 럭스몰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매해왔으나 현재 재고가 거의 다 소진돼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
앞서 팬데믹 당시 하늘길이 막히자 관세청은 국내 면세점의 매출 확대를 위해 장기 재고 면세품의 내수 판매를 작년까지 한시 허용했다. 그러다 엔데믹에 접어들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은 2022년 말부터 재고 면세품의 내수판매 채널을 운영 종료하거나 순차적으로 판매량을 줄여왔다.
하지만 엔데믹에도 면세점 4사는 여전히 재고가 많아 고심이 깊다.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면세품 재고자산 규모는 2조3043억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재고자산 2조262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엔데믹 이후에도 국내 면세업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 관광객 대신 개별 관광객(FIT)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었고, 고물가·경기불황으로 국내 소비자의 지갑도 얇아진 탓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면세점 1인당 구매액은 53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또한 관세청의 재고 면세품 내수통관 판매제도 일몰돼, 면세점업계는 스스로 재고 부담을 줄여야 한다. 각 사는 본업 경쟁력을 끌어 올려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비상경영을 선언, 구조조정에 나선 롯데면세점은 ‘온라인 면세점’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손을 잡고 ‘KAC 공항 온라인 면세 서비스’를 론칭, 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면세 쇼핑을 하도록 했다. 기존 시내면세점의 온라인 면세품 구매는 항공기 탑승 3시간 전까지 이용할 수 있지만, KAC 공항 온라인 면세점은 출국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또한 이달 말까지 롯데면세점 온라인 채널에 입점한 400여 개 브랜드, 총 1만여 개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중앙부에 316㎡(96평) 규모의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마련했다. 샤넬, 디올, 에스티로더, 랑콤, SK2, 설화수 6개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각 브랜드의 철학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신세계면세점은 내달 20일까지 인천공항 T2에서 ‘플랑 드 파리(PLAN DE PARIS) 리미티드 에디션’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과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품 인도장에 정보 취약계층 접근성을 개선한 키오스크를 새로 설치했다.
현대면세점도 인천공항 면세구역 경쟁력을 강화한다. 연내 T1에 생로랑, T2에 발렌시아가 부티크를 각각 오픈한다. 앞서 7월에는 T1에 펜디, T2엔 구찌 부티크를 각각 열어, 현대면세점 인천공항점은 총 22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직매입이기 때문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재고는 유지가 돼야한다”면서 “다만 지금은 보따리상의 구매가 줄고, 면세품이 고환율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에 면세사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업체별로 터닝포인트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