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40%ㆍ전기 90% 감축 실현
와인메이커는 이름 그대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이를 말한다. 와인을 제조하고 숙성하는 것은 물론 토양 관리부터 포도 수확 시기까지 와인메이커의 손을 타지 않는 요소가 없을 정도다. 와이너리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큰 곳은 수십 명의 와인메이커가 일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수석' 와인메이커는 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제품의 방향성을 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칠레 대표적인 와인 브랜드로 알려진 에라주리주(Errazuriz)에는 비교적 젊은 1990년생 토마스 무노즈(Tomas Munoz)가 수석 와인메이커로 근무하고 있다. 35세 미만의 수석 와인메이커는 칠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토마스는 30일 잠실 롯데 애비뉴엘 클럽코라빈에서 열린 방한 기념 인터뷰에서 "에라주리즈는 이전에도 32살의 수석 와인메이커를 발탁한 바 있다"며 "젊은 수석 와인메이커를 고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기간 함께 와인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칠레 교황청 가톨릭 대학교에서 농업 공학을 공부한 토마스는 와인 양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질랜드 '킴 크로포드(Kim Crawford)' 와이너리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7년 칠레로 돌아왔다. 에라주리즈 수석 와인메이커로 발탁된 것은 2021년이다. 토마스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수석 와인메이커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 "여러 경력은 물론 에라주리즈의 와인을 외부에 쉬운 언어로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에라주리즈에 합류한 후 그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지식을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와인을 제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토마스는 "와인은 화학과 자연의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자연의 조건이 갖춰지면 그 다음은 매우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와인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 요소는 토양"이라며 "불과 1㎞만 달라도 바람이나 태양에 노출되는 정도나 기온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동일 품종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수확물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라주리즈는 150년의 역사가 있는 만큼 와이너리가 위치한 땅에 대한 지식이 이미 풍부하지만, 최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지질학자를 초빙해 기술적인 연구에 나섰다"며 "어떤 품종이 어떤 땅에 더 적합한지 더 잘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토마스는 이날 와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와이너리들도 그에 대한 가치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수자원과 에너지 절약을 지속가능성의 양대 축으로 꼽기도 했다. 토마스는 "사용하는 물의 양을 측정해 기존 대비 물 사용량의 35~40% 정도를 줄였고 전기 사용량도 이전보다 90% 감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설비로 전기 사용량을 더 줄이는 게 목표"라며 "향후 단순히 유기농 재배의 개념을 넘어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실현해나가고 싶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