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 ‘엘리베이터 vs 에스컬레이터’

입력 2024-10-07 18:30 수정 2024-10-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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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단행된 강력한 긴축 사이클이 실물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게 되면서 전격적으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이른바 피벗을 실제로 시작한 것이다.

2000년 이후부터의 흐름을 보면 연준은 금리 인상은 천천히, 금리 인하는 매우 빠르고 큰 폭으로 라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를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금리를 인상하고 금리를 인하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고 말한다. 본격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만큼 엘리베이터처럼 빠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형성되는 이유이고, 실제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는 2025년 말까지 3.0%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빠르게 금리가 인하될 수 있을까?

금리 인상은 천천히, 인하 땐 빠르게

우선 연준의 피벗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22년 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창이었을 때 너무 높아진 금리로 인해 실물 경기가 크게 흔들리고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미국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인플레이션 제압도 중요하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가 진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실물경제의 상흔을 두려워한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진입했고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피벗 시도로 읽어냈다. 실제 2022년 말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2023년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해서 2024년 말까지 2%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된 바 있다.

연준발 피벗 기대가 강화되자 실물경제보다는 금융시장의 반응이 선제적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 기대감에 미국 국채 금리가 주저앉았고, 달러도 약세를 보이면서 2022년 10월 달러당 144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불과 3개월여 만에 1215원까지 하락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강달러와 고금리라고 할 수 있다. 강달러는 수입 물가를 낮춰주고, 고금리는 실물경제의 수요를 견제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피벗 기대가 형성되면서 순식간에 강달러가 약달러로 전환되고 국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경기침체 우려에 반응하면서 살짝 위축되던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게 된다. 그리고 연준은 조기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의 확신과는 달리 2023년에 추가 금리 인상에 돌입한다.

이후 재차 높아진 금리로 인해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커진 것이 지난해 10월이었다. 당시 연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제압이라는 기존의 기조에서 갑작스레 경기 하방 방어로 스탠스를 전환하면서 피벗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금융 시장에서도 다시 한 번 엘리베이터 인하 기대가 살아나게 되는데, 이에 올해 초에는 연내 7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앞으로 크게 나아간 연준의 피벗, 즉 금리인하 기대는 재차 올해 2~4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으며 연준은 미국의 실업률이 4%를 넘어선 올해 9월에야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연준 신중한 움직임, 시장 기대와 괴리

지난 두 차례 피벗 시도 이후 재차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이번에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9월 FOMC에서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연준 이사가 기준금리 0.5%p 인하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미셸 보먼이라는 연준 내 매파 인사인데, 성급하고 과감한 금리 인하가 시장에는 너무 빠른 승리 선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말한다. 실제 0.5%p 기준금리 인하 이후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다시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의 주택시장 역시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금리 인하 이후 10월 초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 지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우려를 모았던 미국의 실물경기 둔화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한 경제학자는 “인플레이션은 잡초와 같다”고 했다. 제거한 듯 하지만 불과 1주일만 지나도 다시금 무성하게 자라나는 물가 상승세에 강한 경계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강한 인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없었던 지난 2000년 이후와 같이 빠른 금리인하를 단행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의 역습에 고전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금리 인하를 바라는 시장과 신중한 움직임을 고민하는 연준의 괴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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