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한강 신드롬'…"섬세한 시와 같은 소설" 극찬 이어져

입력 2024-10-14 11:01 수정 2024-10-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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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학생 "한강 작가, 이미 프랑스에서 유명했어"
파리 서점 '한강 작품' 모두 품절…다음 주에 입고 예정
해외 언론들 "인간의 몸과 성, 국가에 대한 투쟁 다뤄"
日 번역가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라"

▲프랑스 현지 서점에 걸린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문학동네)
▲프랑스 현지 서점에 걸린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문학동네)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도서들이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총 50만 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일본 등 해외에서도 한강의 도서들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문학동네 등 도서·출판계에 따르면, 프랑스 현지 서점에서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광고판과 책 소개 코너가 마련돼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한국 유학생 홍세현 씨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러 파리 서점 여러 곳을 다녔는데 모두 품절이고 간신히 한국어판 '흰' 만 구할 수 있었다"라며 "한국인으로서 너무 기쁘다"라고 밝혔다.

▲파리에서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서점 중 하나인 지베르 조제프(Gibert Joseph) 서점 (문학동네)
▲파리에서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서점 중 하나인 지베르 조제프(Gibert Joseph) 서점 (문학동네)

파리에서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서점 중 하나인 지베르 조제프(Gibert Joseph) 서점에서는 이날 기준 한강의 모든 책이 팔려 다음 주에나 책이 입고된다. 서점에서 문학동네 관계자와 만난 마농 베(Manon Bay) 씨는 "한강 작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유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케이팝이나 한국영화를 접한 많은 사람이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학도 즐기게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파리 현지 서점에 진열된 한강의 소설들 (문학동네)
▲파리 현지 서점에 진열된 한강의 소설들 (문학동네)

아시아 전문 서점으로 유명한 파리 페닉스(Phenix)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생 클레망스 자캥(Clemence Jacquin) 씨는 한국어 전공자다. 그는 "발표 이후 한강 작가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30여 명 있었다. 프랑스어판 '작별하지 않는다'는 현재 재고가 없어 책을 주문했다. 다음 주에 입고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좋아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장편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세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채식주의자'보다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사람들은 역사적 배경보다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아름답고 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지치지 마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해외 언론들 역시 한강의 작품에 큰 관심과 찬사를 보냈다. 더 가디언(영국)은 한강의 작품을 분석하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탁월한 아름다움과 명료성", "여성과 진실, 문학이 가진 힘의 목소리"라며 칭찬했다.

뉴욕타임스(미국)는 "한강의 글은 끊임없이 정치적이며 인간의 몸과 성, 국가에 대한 투쟁을 다루지만, 문학적 상상력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르 몽드(프랑스) 역시 "꿈과 상상력에 대한 찬사를 통한 인간의 잔혹함에 대한 냉혹한 묘사"라고 전했다.

NHK(일본)는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첫 수상"이라며 "섬세한 시와 같은 소설"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어 전문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한강 작가님의 팬이 많다. 작가님의 번역을 맡은 번역가가 4명이 있는데, 모두들 매우 기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토는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이 밖에도 정세랑, 조남주, 황정은 등 한국문학 작품 20여 편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그는 세 여성의 발자국을 통해 제주 4·3의 아픔을 그려낸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과 관련해 제주도 방언을 번역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사이토 씨는 제주도와 지리적ㆍ역사적 유사성을 고려해 오키나와 방언을 차용했다.

그는 "지방의 언어, 방언을 문학 번역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라며 "제주도 사람들의 오래되고 깊은 지혜, 슬기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님이 '이렇게 비참한 일이 계속되는 세계에서 축하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등의 말씀을 하신 것에도 최대한 동의한다"라며 "너무 지치지 마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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