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시험대 오른 호반건설, 재무는 안정적·미래 성장 동력은 ‘물음표' [중견건설사 Up&Down④]

입력 2024-11-20 06:00 수정 2024-11-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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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사옥 전경. (출처=호반건설)
▲호반건설 사옥 전경. (출처=호반건설)

오너 2세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호반건설은 외부 자금 수혈을 제한하는 무차입 경영을 바탕으로 견조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캐시카우인 분양사업의 수익 불안정성이 크고, 편법 승계·벌떼입찰 등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씻어내지 못해 주요 강남권역 주택시장 진출이 좌초되고 있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총괄사장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으로,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018년 호반건설 기획부문 대표를 거쳐 2020년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로열 패밀리'를 경영 일선에 투입시키며 오너 일가 지배력을 확장하는 흐름이다. 호반건설은 올해 9월 김 총괄사장의 배우자인 김민형 SBS 전 아나운서를 호반그룹 커뮤케이션실 상무로 임명했다. 업계에선 김 상무가 관련 이력이 전무하단 점에서 전문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뛰어난 재무 안전성…풍부한 유동성 '든든'

호반건설은 보수적인 무차입 기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총 차입금은 2021년 4633억 원에서 지난해 9237억 원으로 99% 증가했지만, 순차입금은 -1조918억 원으로 마이너스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총차입금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실질적 무차입 상태로 평가된다.

현금흐름도 원활하다. 호반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 4833억 원에서 지난해 5949억 원으로 개선됐다. 최근 5년 평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매출액은 15.6%로, 업계 평균 상위권에 속하는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3년 연속 감소세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5.1%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호반건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2조 원 등 풍부한 유동성 및 5조 원에 달하는 자본완충력을 감안 시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 ‘2024 호반XGS건설 오픈이노베이션 데모데이’에서 인사말 하는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출처=호반건설)
▲ ‘2024 호반XGS건설 오픈이노베이션 데모데이’에서 인사말 하는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출처=호반건설)

공공택지 규제, 분양사업 치중…수익성 확보 '적신호'

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감소세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6910억 원으로, 1년 전(3조2071억 원) 대비 16% 감소했다. 매출총이익은 2022년 7931억 원에서 지난해 5958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5974억 원에서 401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매출의 90%를 담당하는 도급 및 자체 분양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 실제 지방 분양 현장은 미분양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호반건설은 위파크 제주, 호반써밋 개봉, 위파크 더센트럴, 호반써밋 센트럴파크 등의 미분양 물량에 대한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호반은 급성장 할 당시에도 분양90%룰을 지켜왔다. 앞서 분양단지의 분양률이 90%를 넘지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철저히 안정성 위주의 경영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룰이 느슨해지면서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생겼고, 책임준공이 제공된 일부 미분양 현장의 분양률 개선 여부가 향후 자금 투입 여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공택지 분양사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도 순탄치 않다. 호반건설은 저렴하게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다수 확보하고 있지만, 정부의 택지 규제 등으로 적극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다. 기반 수익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향후 택지 확보 여부에 따른 수익성 리스크가 산재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호반건설은 자체분양사업 비중이 크다보니 순식간에 돈이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확보한 땅의 용지대 잔금과 분양률이 저조해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도급현장의 자금 투입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이를 고려할 때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크고, 자금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재 공공택지 물량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건설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분양 실적이 위축되는 등 동조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벌떼입찰' 등 부정적 낙인...'강남 3구' 경쟁력 없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은 성장성을 저해한다. 특히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도시정비사업 실적 확보를 어렵게 한다. 호반건설은 2021년~2022년 총 4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애초 정비사업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해당 기간 수주할 만한 프로젝트가 없었다. 대형사들이 들어가는 곳은 브랜드가 열위하다 보니 도전해도 수주를 장담할 수 없고, 그런 차원에서 수익성 낮은 프로젝트는 입찰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도 호반건설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비슷한 10대 건설사들이 평균 1조 원, 최대 5조 원 이상의 일감을 꾸준히 확보해 온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소극적인 행보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이는 호반건설의 태생적 특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호남 지역에서 공격적인 공공택지 분양사업으로 외형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입찰, 편법승계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편법 승계와 관련해 지난해 6월 호반건설 측에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히 호반건설이 강남권역 입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 점에서 치명적이다. 호반건설은 서울 신정동, 개봉 등에 '써밋'을 공급했지만 강남 3구에는 발을 들이지 못한 상태다. 최근 서울 방배7구역 재건축 수주를 위해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하고 SK에코플랜트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수익을 포기하는 수준의 사업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승기를 잡기 어렵단 게 업계의 평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현 정권 하에선 리스크가 크다. 벌떼입찰, 일감 몰아주기 등 부정적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때문에 관련 민감도가 높은 강남권역 진출이 쉽지 않고, 민간 수주, 주택 사업 등을 확대해 판을 벌리기 보단 현상 유지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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