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아이를 출산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혼외자'라는 표현이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이 같은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혼외자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은 "혼외자가 혼인외 출생자라는 것의 줄임말이고, 혼중자는 혼인 중 출생자라는 말의 줄임말"이라며 "이렇게 구분해서 아이를 부르는 게 아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용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 가족의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여서 정상적이지 못하다 이런 인식을 심어준다"고 강조했다.
진행자는 "민법이나 다른 법률에도 혼외자라고 하는 법률 용어가 있다고 말씀 주셨는데, 이 법률적으로 혼외자를 규정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차관은 "예전에는 유전자 검사 같은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법률적 아버지를 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며 "그래서 혼중자, 그러니까 혼인 중에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의 남편이 아버지로 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혼외자는 그렇지 않으니까 아버지를 인지, 친부모가 공식 인정하는 방식을 통해서 법률적 아버지를 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혼외자와 혼중자를) 구분해서 상속권이나 친권을 정의했고 예전에는 신분과 상속에서 차별했다. (이는) 법률적 아버지를 정하는 전근대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전 차관은 해외에서 이미 혼중자와 혼외자의 구별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비혼 출산이 늘어나니까 1997년 아동권리개혁법을 만들어 혼외자와 혼중자에 대한 개념을 없앴고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통일친자법을 만들어 2002년 '혼인 중', '혼인 외' 이런 표현을 없앴으며 프랑스도 2005년 민법을 개정해 혼중, 혼외 출산자 구분을 없앴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전 차관은 가족의 구성에서 '아이'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프랑스식 등록동거혼을 도입해야 한다"며 "남녀의 결합 방식이 다양할 수 있는데 아이를 낳는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든 간에 기준은 분명하다. 그 아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