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사라진 여성 은행장 후보들

입력 2024-12-08 17:02 수정 2024-12-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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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금융부 차장
▲문선영 금융부 차장

은행 파격인사 속 여성임원 후보군 전무
젠더 다양성 금융업계 경쟁력 높이는 데 중요

주요 은행장들이 파격적으로 교체됐다. 시작은 깜짝인사를 단행한 KB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혁신’ 외치며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을 새 은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K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다.

대형 금융사고로 잇따라 곤욕을 치른 우리은행은 ‘쇄신’을 목표로 5대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은 후보를 새 행장 후보로 낙점했다. 특히 새로 내정된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은행 내 비주류 부문으로 꼽히는 중소기업그룹을 이끌던 부행장이다. 거기다 부행장 1년 만에 행장에 오르는 전례 없는 사례까지 만들어냈다.

최근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나름의 고민 속에서 단행된 파격 인사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성 임원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는 현실이 새삼 씁쓸하게 다가왔다. ‘일하는 여성’인 필자는 평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자 한다. 다만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여성을 향한 사회 편견과 차별적 시선에 대해 무뎌지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봤을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권 인사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요즘 세상에 여성이라고 승진 못하는 경우가 어디있냐”라며 여성 리더의 부재를 여성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리더의 부재를 단순히 개인적 문제로만 다뤄서는 안된다. 금융권은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문화와 관행으로 이뤄져 왔다. 이는 곧 여성 인력이 활약하는데 쉽지 않은 환경임을 의미한다.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여성들은 이름도 직책도 없이 ‘미쓰 0’으로 불리며 한정된 업무만을 맡아야 했다. 불과 197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이 은행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재직 중에 결혼하게 되면 자진 사직하겠음을 서약한다’라는 내용의 결혼퇴직각서를 써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남성들이 권력과 자원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에서, 여성들이 남성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화하면서 정부는 물론 금융권 역시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2013년 IBK기업은행에서 첫 여성 은행장(권선주)이 탄생했으며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2020년)과 강신숙 Sh수협은행장(2022년),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2024년) 등이 수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빈약한 여성 리더 인력 풀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은행)의 여성 임원 수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여성 리더의 부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논하기 위해서 만은 아니다. 금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젠더 다양성은 중요하다.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야만 더 나은 의사결정과 혁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리더의 부재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내부통제 이슈로 혼란의 시기를 맞이한 금융권이 진정으로 혁신과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금융업계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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