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재 유흥업소가 마약 판매·투약 장소 제공 혐의로 적발돼 ‘3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해당한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으나 ‘과징금’만 내고 빠져나갔다. 사회적 해악이 큰 마약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근거 규정을 꼼꼼하게 개정하지 못한 게 문제지만, 관할 구청의 ‘소극 행정’도 솜방망이 처벌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강남구는 12일 역삼동 소재 유흥업소에 과징금 5000만 원 행정처분을 내렸다.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10월 경찰에 적발됐고,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3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과징금 부과에 그친 것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영업정지 시작 시기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소가 ‘과징금처분 갈음’ 요청서를 제출했다.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신하겠다는 의미다.
강남구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과징금 제외대상(반드시 영업정지)’ 항목에 마약이 포함돼 있지 않아 과징금 갈음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 개정을 주도한 서울시에 문의했지만 “법규상 과징금 제외대상에 마약이 빠져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징금 제외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영업정지와 과징금 행정처분 중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관할 구청의 재량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위반 행위를 한 업소가 과징금 갈음 요청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걸 들어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강남구의 문의에 대해 과징금 제외대상에 마약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내용을 확인해줬을 뿐 영업정지를 내릴지 과징금을 부과할지는 관할구청인 강남구의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도 “영업정지를 할지 과징금으로 대신할지는 관할 구청에 재량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자치구였으면 마약 같은 범죄에는 강력한 행정처분인 영업정지를 밀고 나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자치구들은 관할 구청에 재량권이 있음에도 적발된 업소가 과징금으로 대신하겠다고 하면 이를 대부분 들어줬다. 행정처분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소극행정’을 펼친 결과다. 하지만 마약범죄처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사건의 경우 관할 구청이 의지를 갖고 적극 대응에 나섰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사안은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마약 유통 온상으로 지목된 유흥업소를 영업정지 처분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서울시는 8월 식품위생법과 마약류관리법을 동시 개정해 업소에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10월 경찰은 첫 적발 후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첫 행정처분 의뢰”라며 “월매출 10억 원이 넘는 강남 유흥업소 운영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라고 강조했었다.
결국 허술한 법 개정과 소극 행정 탓에 마약 판매·투약 장소를 제공한 업소가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영업을 계속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