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임시 주총은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제기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사내이사 해임 안건이 상정됐다. 특히 한미약품 지분 약 39%를 소유한 소액주주의 선택에 따라 박 대표의 운명이 결정되고,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교통회관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박재현 사내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의 건 △박준석 사내이사(한미사이언스 부사장) 및 장영길 사내이사(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선임 건을 다룬다.
이번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현재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신동국 회장·킬링턴유한회사(라데팡스 설립 특수목적법인) 등 4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이사회 구성을 형제 측이 유리하게 5대4로 가져갔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임시주총에서 신 회장이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5대5 팽팽한 균형을 맞추게 됐다.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6대4로 4자연합 측이 앞서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박 대표와 신 회장을 이사회에서 끌어내리고, 형제 측 인사를 이사회에 입성시켜 한미사이언스의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 이사회도 장악하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4자연합 인사로 분류되는 박 대표가 회사 경영의 혼란을 야기하고, 본인 사익을 우선시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 안정성과 이사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심각하게 훼손해 한미약품의 신뢰와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에 대해서도 그룹의 장기적 발전보다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경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4자연합 측은 임 대표가 8개월 동안 지주사 대표이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박 대표를 근거 없이 전무로 강등시키고 형제 측 지지자를 고위 임원으로 위법하게 채용하는 등 사적 이익에 기반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달 송영숙 회장과 박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박 대표는 이달 임 대표 등에 대해 무고죄로 맞고소하며 법정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는 사실상 약 39%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의 선택에 달렸다.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신동국 해임에 ‘찬성’, 국민연금공단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은 ‘반대’ 입장을 내는 등 각기 다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대표 권한으로 한미사이언스가 가진 한미약품 지분 41.42%에 대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게 됐다. 이를 두고 4자연합 측이 이달 3일 의결권 행사는 이사회 결의사항이라며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17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반면에 지분율 약 10.02%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박 대표 해임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 4곳과 ISS, 글래스루이스 등 해외 의결권 자문사도 해당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자문사들의 권고를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형제 측에 쏠리며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결정될 수도 있어 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