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집중' 이통사는 "경쟁은 글쎄" 신중 모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 10년 만에 폐지되면서, 통신비 인하에 대한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경쟁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통신 시장 둔화로 과거 치열했던 지원금 경쟁이 재현되기는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단통법 폐지 법률안은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통신사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이내)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입 유형·요금제에 따라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 역시 사라진다. 통신사는 이용자의 가입 유형, 요금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나이·거주지역·신체조건에 따른 부당한 차별 금지 규정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돼 유지된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에 대해서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선택약정할인 제도 역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다룬다. 방통위는 현행 수준의 요금할인(25%) 혜택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도록 할 방침이다.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계기로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해 가계통신비 절감에 나서겠다는 전망이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단말기 유통법 폐지로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국민들의 가계통신비가 경감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업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의 휴대전화 단말 구입 부담을 완화하면서, 법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단통법이 폐지돼도 과거 치열했던 통신 3사간 경쟁은 재현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통신3사간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으로 서로 고가의 단말기 지원금을 제공해 이른바 '공짜폰'이 성행했었다.
올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통신3사 간 경쟁은 비통신 부문,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옮겨갔다. 통신 3사는 올 한해 '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고 AI 서비스 및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했는데,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통신 시장 상황도 10년 전 대비 둔화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직전인 2014년 9월 2만 8000곳에 달하던 휴대폰 유통점은 현재 1만 2000곳 가량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사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는 3만 65000원에서 3만 원대 초반으로 줄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당장 법이 시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단통법이 폐지 돼도 예전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