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유통업 신용전망도 ‘부정적’
유통업계가 연말까지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에도 구조조정 한파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에 더해 유통업 경기 전망도 어두워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은 연말까지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롯데의 경우 이커머스 롯데온이 이달 중순을 포함해 올해에만 2번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앞서 10월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198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8월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도 올해 3월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은 후 이달 초 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부장급 이상 연봉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결됐다. 이커머스 SSG닷컴과 G마켓은 각각 7월과 9월, 신세계디에프(면세점)도 11월 희망퇴직에 나섰다.
이밖에 대형마트 홈플러스도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형 유통사들에 희망퇴직 칼바람이 분 건 올해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실적이 감소하지 않은 업체도 일단 몸집을 줄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 올 3분기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43% 증가한 이마트가 대표적인 예다.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올해 같은 구조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유통업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 따르면 내년 소매유통시장은 올해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발간한 '2025 인더스트리 아웃룩'에서 유통산업에 대한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소비 침체 국면이 지속하고 오프라인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도 내수 부진 장기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국내 소비재 물가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어 내년 추가 소비심리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올해처럼 소비 양극화 경향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적 구조조정과 함께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구조적 변화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처럼 상품을 판매하는 기능만을 고집해선 오프라인 매장이 이커머스 대비 경쟁력이 없다"며 "체험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점포를 재단장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