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3%, ‘1300원대’ 환율로 사업계획 짰다…'고환율에 초비상'

입력 2025-01-09 08:59 수정 2025-01-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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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 결과 발표
대기업 10곳 중 6곳은 1300원대로 사업계획 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예측한 곳 11% 불과
원자재 조달 비용ㆍ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 어려움

국내 대기업인 A사는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될 지 여부를 놓고 최근 고심 중이다. 매출의 70% 정도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환율 변동폭이 경영 전략에 가장 큰 변수가 되는데 올해 원·달러 환율을 1300원 대로 전망해 계획을 짰기 때문이다.

현재 고환율은 환차익으로 인한 이익을 얻을 수 있어 A사 에게는 당장 ‘호재’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A사 관계자는 “(고환율로) 원재료, 해상 운임 비용이 다 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보통 해마다 원자재 계약을 하기 때문에 사업 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원·달러 환율 급등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원자재 조달 및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사업계획 수립 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해 ‘초비상’에 걸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환율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62.9%)은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1300원 대 환율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350~1400원 범위가 33.3%로 가장 많았고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환율을 예측하고 적용한 기업은 11.1%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사업계획 수립 시 적용한 환율과 실제 환율과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환율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에 1430원대까지 오른 뒤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조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며 1450원을 넘어섰다. 이후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표결 직후 1470원을 돌파했으며 현재는 1450원대를 기록 중이다.

기업들이 고환율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비용 증가’가 3.7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해외투자 비용 증가’(3.30점), ‘수입 결제 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차입금 상환 부담 증가’(2.93점) 순이었다.

올해 상반기 환율 수준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 44.4%가 ‘1450원 이상 1500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현재 수준보다 소폭 하락한 ‘1400원 이상 1450원 미만’이란 응답이 25.9%로 뒤를 이었고 현재 수준보다 오른 ‘1500원 이상 1550원 미만’을 전망한 기업도 18.5%로 적지 않았다.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대기업의 애로사항.  (제공=대한상공희의소)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대기업의 애로사항. (제공=대한상공희의소)

기업들은 환율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국내 정치적 불안정 지속’(85.2%)과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본격 개시’(74.1%)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불안정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와 ‘긴급 상황 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을 가장 많이 꼽았다.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대응책으로 응답 기업의 74.1%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수입선 다변화 및 저가 대체공급처 발굴’(37.0%), ‘선물환·통화스와프 등을 활용한 환 헤지 비율 확대’(33.3%) 순으로 응답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응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에다 변동성까지 큰 상황에서는 어느 기업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소위 눈덩이 효과처럼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 기회에 우리 경제의 과감한 체질 개선과 구조적 전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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