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만 중요하다고요? 요즘은 '껍데기'에 돈 씁니다! [솔드아웃]

입력 2025-01-09 17:2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시인은 "알맹이만 남고"라며 이같이 노래했지만, '껍데기'도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즘입니다.

최근 귀엽고 예쁠 뿐만 아니라 참신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 패키지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매일 쓰는 샴푸 통에 인기 캐릭터 얼굴이 박혀 있다거나, 브랜드 전통과도 같았던 디자인에 변주를 준 한정판 패키지가 출시된다거나, 신생 브랜드가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대박'을 친 사례까지 발견되죠.

상품의 외양도 내용물만큼이나 중요해진 요즘. Z세대 소비자들 사이 주목받은 패키지들을 살펴봤습니다.

▲(출처=무지개맨션 인스타그램, 아멜리 공식 홈페이지, 올리브영 캡처)
▲(출처=무지개맨션 인스타그램, 아멜리 공식 홈페이지, 올리브영 캡처)

껍데기로 '바이럴'이 되네…첫인상 '합격'한 뷰티 제품들

한국은 쿠션이 탄생한 나라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쿠션은 BB크림이나 파운데이션 같은 액상형 화장품을 스펀지에 흡수시킨 제품을 말합니다. 전용 퍼프가 함께 내장돼 있어서 화장품을 찍어 바르는 형태죠. 쿠션에 대해 설명하는 게 어색할 정도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뷰티 업계에 열풍을 일으켰고,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상황입니다.

이 말은 곧 한국에서 쿠션으로 두각을 나타내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쿠션 제품군의 질은 상향 평준화됐고, 소비자들의 기준도 높아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신제품이더라도 곧바로 냉대받을 수 있다는 거죠.

이에 최근 출시되는 쿠션들은 패키지에도 힘을 주고 있습니다. 용기 색상부터 모양, 질감을 달리하면서 자사 제품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제품의 특성을 전면에 노출하는데요. 겨울철 쓰기 좋은, 촉촉한 발림성을 지닌 쿠션의 경우 광택감이 돌거나 맑은 느낌을 주는 투명한 용기를 선택하는 추세입니다. 반대로 매트한 피부 표현을 위한 쿠션은 용기에서부터 매끈한 질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죠. 프로폴리스 성분이 함유된 쿠션은 벌집을 연상케 하는 육각형 패턴으로 구성되는가 하면, 티트리 등 피부 진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쿠션에는 초록색, 하늘색 등이 포인트 컬러로 사용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K뷰티의 힘은 쿠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국내 뷰티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뿐 아니라 수많은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국내외에서 이름값을 드높이고 있는데요. 우수한 품질뿐 아니라 발 빠른 트렌드 활용,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최근 호평을 얻은 패키지로는 색조 전문 브랜드, 아멜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멜리는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기념해 한정 수량으로 신년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복숭아의 따스한 연분홍빛을 띠는 하이라이터와 브러시를 판매했죠.

그런데 온라인상에선 패키지가 제품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은은한 분홍빛의 연꽃이 그려진 종이 상자에 하이라이터와 브러시가 정성스레 담겨 있었는데요. 박스를 열면 마치 팝업북처럼 연꽃들이 피어나는 효과까지 연출돼 감탄을 불렀죠.

콘셉트는 '빛과 복을 부르는 관상 단장 복꾸러미'였습니다. 재미를 위한 관상 단장법까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요. X(옛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콘셉트에 충실해서 감동적", "선물 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빈 박스도 못 버릴 것 같다",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 사실 제품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과 별다를 게 없는데, 패키지와 팸플릿 등에 신경 쓴 티가 나서 브랜드에 호감이 생겼다. 뷰티 제품은 첫인상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등 호평이 이어졌죠. 아쉽지만 빠르게 품절돼 지금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껍데기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도 있습니다. 습관처럼 올리브영을 들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무지개맨션의 제품에 호기심을 가졌을 텐데요.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짜다 만 것 같은 유리 물감 튜브엔 리퀴드 틴트가 담겨져 있고요. 투명한 실타래 형상의 오브제를 비틀면 아이섀도 팔레트가 등장합니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더라도 화장품이 아닌 오브제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론칭 4개월 만에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화제성을 입증한 바 있죠.

▲(출처='오틀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오틀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식품·유통업계도 고심하는 패키징…대담한 디자인으로 업계 '대장' 되기도

식품·유통업계도 패키지에 많은 힘을 쏟곤 합니다. 계절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이는가 하면, 신제품에 맞는 패키지를 따로 제작하면서 콘셉트에 충실한데요. 오랜 전통을 지닌 기업,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죠.

오비맥주는 지난해 8월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초로 알루미늄 병맥주인 '카스 알루 보틀'을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세련된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특성상 급속 냉각이 가능해 맥주를 빠른 시간 내에 차갑게 해주죠. 손쉽게 돌려서 딸 수 있는 '스크루 캡(Screw Cap)'이 장착돼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새해를 기념해 '신년 스페셜 패키지'를 8일 선보였습니다. 새롭게 출시된 신년 스페셜 패키지는 '福'(복) 글자를 정중앙에 넣어 디자인됐는데요. 제품을 통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하고자 했으며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죠. 코카콜라의 시그니처 컬러인 빨간색 캔에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더해져 생기 가득한 새해 느낌을 물씬 줍니다.

봄 제철 과일인 딸기 콘셉트 패키지도 빠지지 않습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情 딸기', '딸기송이', '오!딸기' 등 봄 한정판 3종을 출시했는데요. 분홍빛 귀여운 패키지과 기존 제품들과 색달라 인증샷을 부르죠.

던킨은 전통 간식 꿀떡을 모티브로 한 먼치킨 2종, 참깨 꿀떡과 흑임자 꿀떡 먼치킨을 출시했습니다. 신제품을 포함해 6가지 먼치킨 제품 10개를 무작위로 구성한 ‘복 담은 먼치킨팩’도 함께 내놓았죠. 중앙에 큼지막한 ‘복(福)’자가 새겨진 복주머니 디자인의 시즌 한정 패키지에 담아 제공됩니다.

식물성 대체유의 선구자이자 대표 격인 귀리 음료 브랜드 오틀리는 과감한 리브랜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94년 출시한 브랜드지만, 2020년대 들어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는데요. 여기엔 패키지도 작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2012년 선임된 토니 피터슨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절친한 디자이너 존 스쿨크래프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는데요. 2012년 이전 패키지에는 '귀리 음료에 유제품이 함유되지 않았으며 우유나 두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만 포함했다면, 2012년 나온 패키지엔 음료를 따르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집어넣어 생동감을 더하는 등 변화가 일었죠.

오틀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2014년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오틀리만의 개성 가득한 패키지가 탄생했는데요. 로고는 대충, 직접 손으로 찍어낸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오틀리의 귀리 음료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정신 없는(?) 폰트를 사용했죠. 여기에 법적으로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성분 정보 등이 적힌 부분은 '지루한 부분'(The Boring Side)이라고 명시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오히려 성분 정보를 읽게 되면서 오틀리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제품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된다고 할까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Z세대 눈길 잡아라!…특별한 디자인에 지속가능성까지

단순히 예쁘고 참신한 패키지만으로 Z세대의 눈길을 붙잡아둘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무지개맨션의 바이럴 시발점은 남다른 디자인이었지만, 소비자들 사이 인기를 끈 건 제품력까지 뒷받침해줬기에 가능했죠. 무지개맨션의 리퀴드 틴트는 부드러운 발림성과 그윽한 무드의 색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비건 화장품이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호민예 무지개맨션 총괄 디렉터는 지난해 3월 패션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무료한 일상에 충격을 주는 신선함, 흔한 것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으로 기존 색조 화장품을 '한 끗' 비틀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면서 "물론 단순히 '독특함'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은 무엇보다 안전하고, 끊임없이 제품력을 업그레이드하며 소비자가 끌리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윤리적 소명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비건 성분을 베이스로 한 제품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죠.

오틀리가 주목받은 계기도 윤리적 가치였습니다. 귀리는 재배할 때 물과 토지자원을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해 '착한 곡물'로도 불립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감소하고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등 지속가능성과 물가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요. 커피업계도 동물성 우유를 귀리 음료 등 식물성 대체유로 바꾸거나 함께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힙한' 귀리 음료의 등장에 관심이 쏠린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테죠.

최근 소비 트렌드에서 패키지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적인 요소가 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Z세대는 제품의 기능성, 디자인과 함께 윤리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Z세대가 전 세계 인구의 3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로자의 27%를 차지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지금, 이들의 취향을 저격할 다음 아이템은 무엇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언제나 반가웠다…역대 ‘임시공휴일’ 모음집 [해시태그]
  • 알맹이만 중요하다고요? 요즘은 '껍데기'에 돈 씁니다! [솔드아웃]
  • 이름값이 뭐길래…아시아권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 교체 수난사 [이슈크래커]
  • “20년 물리나”…개미무덤 된 양자컴퓨터株, -45%에 ‘곡소리’
  • 채상병 사건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 박정훈 대령, 1심서 무죄
  • 정국불안에도 자금시장은 ‘순항 중’…기업 유동성도 훈풍
  • 실손보험 이렇게 바뀐다…내년부터 ‘울며 겨자먹기’ 환승 시작 [5세대 실손이 온다上]
  • "민희진이 새빨간 거짓말 하고 있다" 다보링크 회장의 폭로
  • 오늘의 상승종목

  • 01.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0,046,000
    • -0.98%
    • 이더리움
    • 4,916,000
    • -0.3%
    • 비트코인 캐시
    • 638,500
    • -1.62%
    • 리플
    • 3,479
    • +0.35%
    • 솔라나
    • 284,000
    • -2.41%
    • 에이다
    • 1,382
    • -1.71%
    • 이오스
    • 1,187
    • +1.11%
    • 트론
    • 365
    • -2.14%
    • 스텔라루멘
    • 604
    • -0.98%
    • 비트코인에스브이
    • 78,550
    • -0.63%
    • 체인링크
    • 29,860
    • -2.45%
    • 샌드박스
    • 883
    • +1.0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