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은행 연루 가능성 조사…여신 프로세스 개선도 고려"
대형 여신사고 방지를 위한 자율규제안 시행을 3달여 앞두고 터진 IBK기업은행의 200억 원대 불법대출 금융사고에 금융감독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조사 범위를 다른 은행으로 확대하고, 올해 4월 시행 예정인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안에 추가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3일 “기업은행의 불법대출건은 다음주 중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검사 결과에 따라 타 은행과의 연관성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조사 범위를 다른 은행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이달 9일 업무상 배임으로 239억5000만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서울 강동구 소재 지점들에서 부동산 담보 가격을 부풀려 담보보다 많은 대출을 승인해 준 것이 문제가 됐다. 불법 대출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불법 대출은 퇴직 후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직 기업은행 직원과 친분 관계가 있는 대출 담당자가 공모해 이뤄졌다. 기업은행은 지난주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현재 기업은행에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금감원은 지난 주까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 기업은행 현직 임직원에게 골프 등 향응을 제공해 불법대출이 이뤄졌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금감원은 단순 여신심사 소홀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검사 중이다. 기업은행 전현직 관계자 다수가 연루된 정황 등에 비춰 사고 금액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타 은행의 연루 가능성을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기업은행 사건을 계기로 은행권과 함께 마련한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방안도 다시 들여다 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의 대출 심사 시 중요 서류의 진위 확인 절차가 강화하고, 부동산 담보 가치의 산정 방식을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맡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개선안은 전산 시스템 개발과 은행 내규 개정 등을 거쳐 올해 4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기업은행 불법대출건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이 현재 마련된 개선안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미흡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인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금융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엄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추가 대책을 통해 대형 여신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은행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