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국내 증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보이자 투자자들도 걸음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번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내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불확실성 등이 예정된 점은 고민으로 다가온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이달 9일 1104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작년 말 1121억 달러에서 2주 새 한화로 2조 원 넘게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 주식에서 빠진 자금은 국내 증시로 흘러갔다. 증시대기자금 성격을 띠는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3일부터 5거래일 연속 증가해 지난 9일 16조 원을 돌파했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신용거래융자가 16조 원을 돌파한 것은 한 달 만이다.
자금 유입에 대해서는 정치 리스크 해소 등 특별한 호재는 없지만, 절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전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러시아, 터키를 제외하고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반면 연초 대비 코스피 상승률은 5.1%로 미국 S&P500(0.47%)과 나스닥(0.93%) 지수를 크게 웃돈다. G20국가 중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나란히 1, 2위로 3위인 폴란드 지수(3.0%)와도 크게 벌어진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약 20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 한 주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8480억 원), 삼성전자(2540억 원) 등 반도체주를 1조5000억 원 넘게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8일 어닝쇼크(실적 쇼크)를 발표하고도 3% 넘게 상승 마감하면서 큰 타격을 보이지 않았다. DS(반도체) 부문 메모리 수익성 악화 등 악재가 미리 반영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순매수세가 과도했던 낙폭에 대한 반등일 뿐 추세적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지난달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상반기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음날인 16일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됐다. 지난해 10월부터 3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부담으로 동결 컨센서스가 점쳐지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인하가 늦어졌다는 정책 실기(失期)를 고려해 서둘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강하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시작되면 트럼프 2기의 관세 불확실성이 물가를 더 밀어린다는 전망도 한은의 조기 인하 전망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