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금리 상승이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미국채 금리 급등에 연동해 국내 국고채도 이른바 ‘발작’ 압력이 커진 것이다.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연간 차환 또는 투자 자금 조달을 계획 중이던 기업들은 금리 상승 우려가 커졌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공모 회사채를 발항해기 위해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20곳이 넘는다. 연초 유동성 효과를 노리고 줄줄이 자금 조달에 나섰다. 매년 1, 2월은 기업들이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통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채권 발행을 많이 하는 시기다.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채권 발행을 앞두고 국고채 금리가 연일 급격히 상승 하면서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10일부터 전 구간 상승해 장을 마쳤다. 국채 3년물은 10일 하루만에 6.1bp(1bp=0.01%p) 넘게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전일도 10bp 넘게 상승했다. 작년 말 큰 폭 상승하던 국채 금리는 연초 급락 후 다시 빠르게 상승하면서 널뛰는 모습이다. 장기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려던 기업들의 조달 금리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은 양호한 미국 경기 흐름 속 다음 주 트럼프 취임 정책 불확실성 경계로 미국 국채 금리 폭등이 꼽힌다. 미국채는 작년 4분기부터 급등세를 이어와 이미 4.8%를 돌파한 상황이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AA-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도 상승세다. 전일 단숨에 8bp 넘게 오른 회사채 금리는 3.2% 선을 넘어 3.3%를 돌파했다.
기업들이 연초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기존에 발행했던 채권 만기가 돌아와 이를 갚기 위한 차환이나 신규 투자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대개 기업들은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빚을 갚는 차환 방식을 택한다. 이달 중 만기를 맞는 롯데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LG화학, 신세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만기 회사채를 갚는데 차질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행하는 회사채의 금리를 기존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예상보다 차환 비용이 불어나면서 기업 재무구조 악화에 영향을 끼친다.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이달 진행 중인 수요예측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연초 저금리를 타겟(목적)으로 했던 발행사들은 부담이 커졌다. 특히 비우량 신용등급 기업들은 약화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시장 상황에 기대어 수요를 모은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 상승 속 약세 발행 위험에 놓인다. 이달에도 두산(BBB), HL D&I한라(BBB+), 대한항공(A-) 등 비우량 기업들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오는 16일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하게 예상되는 점은 크레딧금리 강세 요인이다. 미국채 영향으로 높아진 국내 채권금리를 일시적으로나마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채권금리는 지난 상승폭을 되돌리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만 국채 5년물은 이날 오전까지도 2.7% 중반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절대금리에 대한 메리트가 희석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변수가 시장금리를 자꾸 (위로든 아래이든) 자극하는 상황이 긍정적인 여건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며 "회사채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전체 수급 측면에서 보면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