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5% 달성에 “복잡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나토 내에서 방위비를 두고 균열이 예상된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폴란드 등 유럽 방위비 지출 상위 5개국 국방 수장이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 인근 프루슈쿠프에 모였다. 이들은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에 따라 달라질 국방‧안보 환경과 국방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유지할 방안 등을 모색했다.
무엇보다 5개국 장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나토 동맹국에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을 5%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백분율 수치에만 집중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GDP 대비 방위비 5% 지출이라는 목표는 미국도 달성하지 못한 수준일 뿐 아니라 나토 회원국 중 가장 근접하다는 폴란드도 방위비 지출은 GDP 대비 4.7%에 그치는 상황이다.
그만큼 폴란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목표치가 유럽에서 실현되도록 폴란드가 역할을 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외 국가들은 모두 고개를 젓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백분율에 대한 논쟁은 궁극적으로 나토가 함께 합의한 사항의 이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건 무엇을 위한 국방비 지출 확대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국방에 GDP의 5%를 지출한다는 것은 국가예산의 40%를 국방에 지출한다는 의미”라며 “무슨 말인지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은 경제위기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로세트 장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것은 평소보다는 복잡하다”면서 “유럽 방위 산업을 경제를 살릴 수단으로 만들면 가능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국방 지출이 증가하긴 하겠지만, 그 모든 지출이 단순히 군사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선 안 된다”면서 “사이버 공격, 테러 및 기타 비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데에도 쓰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 집권 때도 나토 회원국과 방위비 지출 확대로 갈등을 빚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도 지출 확대를 요구하면서 나토 내 균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연합(EU)과 나토, 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2기 출범 직후인 내달 3일 벨기에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유럽 방위의 미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지출은 물론 러‧우 전쟁 등으로 유럽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논의하며 트럼프 2기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