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연초부터 이중고…블랙웰 결함에 수출 규제 발목까지

입력 2025-01-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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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등 최대 고객사, 발열 문제로 주문 연기
바이든 퇴임 직전 AI칩 포괄적 신규제 발표
엔비디아 매출 해외 비중 56% 달해
젠슨 황, 중국·대만 방문…대응방안 논의 여부 주목

▲사진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블랙웰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소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AFP연합뉴스
▲사진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블랙웰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소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연초부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이 과열 문제로 최신 AI 칩 ‘블랙웰’ 주문을 연기한 데다가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메타플랫폼 등 엔비디아 핵심 고객사들은 ‘블랙웰 GB200 랙 주문을 미루거나 줄였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랙은 칩과 케이블 및 기타 장비를 수용하는 구조물인데, 블랙웰 칩이 탑재된 랙의 첫 출하분에서 과열이 발생하고 칩 간 연결 방식에 결함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사들은 각각 100억 달러(약 14조6800억 원) 이상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었다. 일부 고객은 결함이 수정된 최신 버전의 랙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거나, 동사의 기존 AI 칩을 구매할 계획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일주일 남은 가운데 상무부가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포괄적 신규제를 발표했다. 미국과 긴밀한 한국 등 20여 개 동맹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규제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3국을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 등으로 우회 수출돼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위험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의 매출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회사 매출의 약 56%가 미국 이외의 고객에게서 나오고,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업체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이 규제가 적용되면 반도체 칩의 최대 절반이 수출 제한 국가에 판매되기 때문에 시장을 크게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댄 코츠워스 AJ벨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대량의 첨단 프로세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전 세계에 누가 보스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다만 이는 엔비디아 등 많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측도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네드 핀클 엔비디아 부사장은 이번 규제안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퇴임 직전 200페이지가 넘는 규제를 비밀리에 작성해 적절한 입법 검토도 없이 미국의 주도권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AI 분야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이 훼손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엔비디아가 공개 성명을 통해 미국 행정부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엔비디아의 성명에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대해 “미국 산업이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고 실력으로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직원들과 연례 춘제(설) 행사를 지내기 위해 15일 전후로 중국 광둥성 선전을 찾고 이어 상하이와 베이징, 대만을 잇따라 방문한다. 이번 방문길에 황 CEO가 바이든 정부의 새 규제 대응방안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들은 황 CEO가 17일 대만 지사의 종무식에 참석하고 폭스콘과 콴타 등 현지 주요 기업 임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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