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기로 했다. 영풍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17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논의ㆍ결정하는 전문위원회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 의결권 행사는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지만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회부를 요청하면 수책위로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야 한다.
이번 임시 주총의 가장 큰 쟁점은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다. 집중투표제는 다수의 이사를 선임 시 선임 예정 이사의 수만큼 부여된 의결권을 1인에게 집중하거나 수인에게 분배해 행사하고 가장 많은 득표수대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할 경우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이 커진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사를 다수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 분쟁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지지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이 실리게 됐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해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고 있다. 최 회장 측과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다.
영풍ㆍMBK파트너스 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의 상정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이날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은 늦어도 21일까진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먼저 투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후보 투표 방식을 결정하고 당일 사외이사를 선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