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중장기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한 천연가스 수입 전략 짜야

입력 2025-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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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장
▲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장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에너지 전환기 천연가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천연가스는 전체 전력 수요 예측 오차에 대응하고 석탄과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기저 전원 건설 및 가동 지연으로 인한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도시가스 부문에서는 겨울철 난방용 핵심 에너지원으로 국민을 혹한으로부터 지키고 있으며, 산업용과 수송용에서도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 이면에는 수요 불확실성이라는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천연가스 공급자 또는 수급 관리자로서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립할 수 있는 도입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수요 예측 오차에 신속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 대부분을 현물로 충당하는 것은 많은 제약과 위험이 따른다. LNG 현물은 카고 단위 거래로 기간 계약 거래 이외의 잔여 생산물 또는 재판매 물량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며,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현물은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할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둘째, 기간 계약의 단기화를 고려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천연가스 수요 증가 일변도의 전망에서 기간 계약은 2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주를 이뤘고, 가격 조건은 최우선 고려 사항이었다. 그러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중장기적인 천연가스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단기 계약과 유연한 증·감량 옵션 도입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우월한 수입 전략은 LNG 수요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뿐만 아니라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내포하므로, 수입 계약 체결 시 유연성 가치와 가격 조건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셋째, 기간 계약의 연동 지수를 다양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천연가스 수입선은 과거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심에서 미국·호주·러시아까지 다변화됐지만, 수입 계약의 연동 지수는 전체의 75%가 유가 연동 계약에 집중된 모습이다. 북미 LNG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 사업자들이 보유한 LNG 등 가스 허브 가격에 연동된 계약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향후 이러한 계약을 활용한 시기별 가격 지수 다양화를 통해 가격 급등 위험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LNG 트레이딩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Shell·Total·BP 등 다국적 포트폴리오 기업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공급원으로부터 LNG 물량을 확보한 후, 구매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상품을 재구성해 기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또한, 물량 일부를 현물로 판매함으로써 단기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구매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트레이딩을 넘어 국내 수요 불확실성 대응 및 수익 실현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저장시설 용량을 활용한 하절기 현물 수입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LNG 현물 가격은 여름철에 낮고 겨울철에 높은 동고하저 패턴을 보이므로, 국내 저장시설을 활용한 하절기 현물 도입은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함은 물론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기간 계약의 수입 예정 물량, 해당 동절기의 예상 수요, 동·하절기 현물 가격 격차 등 세밀한 단기 전망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현물 수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대내외 환경 변화로 중장기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한 수입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대안에 대해 명확한 우선순위를 설정하거나 이들 대안만으로 최선의 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각 대안은 시점과 상황에 따라 여타 전략들과 함께 적절히 조합해 활용돼야 한다. 무엇보다 유연성과 가격 조건 모두 중요하므로 전체 천연가스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단계별·시기별로 구분해 불확실성이 낮을수록 가격 조건, 클수록 유연성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 수입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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