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깨어있을 때 뇌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간이 잠으로, 특히 초반부 안구의 빠른 움직임이 없는 비(非)렘(NREM)수면의 깊은 잠이 회복에 중요하다. 10여 년 전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라는 뇌의 청소 체계가 밝혀졌는데, 동맥을 둘러싼 교세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침투해 여기에 쌓여있는 노폐물을 쓸고 간 뒤 정맥을 둘러싼 교세포로 들어가 뇌 밖으로 빠져나가 목에서 림프계와 합류한다. 글림프는 교세포(glia)와 림프(lymph)의 합성어다.
최근 학술지 ‘셀’에는 비렘수면 동안 글림프계가 활발히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 결과가 실렸다. 10여 년 전 글림프계를 발견한 덴마크 코펜하겐대 중개신경의학센터 마이켄 네더가스 교수팀의 성과로, 비렘수면 동안 스트레스호르몬으로 알려진 노르에피네프린의 주기적인 분비 패턴이 혈관운동(수축과 이완)을 유발하고 그 결과 뇌척수액의 흐름이 커져 뇌를 청소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뇌간의 청반이라는 조직에서 50초 주기로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량이 오르내리면 그에 따라 같은 주기로 동맥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발생한다.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높으면 혈관이 수축하고 낮으면 이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림프계의 뇌척수액은 혈관 주위 공간을 흐른다. 따라서 혈관이 수축하면 공간이 늘어 뇌척수액이 유입되고 이완되면 줄어 방출된다. 혈관이 펌프이고 노르에피네프린이 신호인 셈이다.
글림프계가 부실해져 뇌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변형 단백질 등 쓰레기가 쌓이면서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퇴행성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커진다. 고혈압 역시 신경퇴행성질환의 위험요인인데, 이번 발견에 따르면 혈관이 딱딱해져 수축과 이완 폭이 줄어들면서 뇌척수액 유입량이 줄어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졸피뎀 같은 수면제는 청반의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억제하고 따라서 혈관의 주기적 수축과 이완의 폭도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졸피뎀이 뇌척수액 흐름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수면제로 유도된 잠은 뇌를 청소하는 기능이 자연적인 잠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수면제로 잠들고 난 뒤 깨어나면 몸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노르에피네프린-혈관-뇌척수액 경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면제를 개발하면 자연적인 수면에 좀 더 가까운 효과를 낼 것이다.
나이가 들면 생체리듬의 정교함이 떨어지면서 수면장애가 생기고 그 결과 수면의 질이 떨어져 뇌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노화가 촉진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수면파편화, 즉 수면 중 수시로 깨는 증상은 혈관운동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글림프계의 청소 효율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점차 부실해지는 생체리듬을 일상의 행동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낮, 특히 오전에 밝은 밖에서 산책 등의 활동으로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낸다.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는 오전에 마셔 낮의 활동성을 돕고 오후에는 자제해 밤에 잠드는 걸 방해하지 않게 하는 식이다. 커피를 너무 좋아한다면 오후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될 것이다.
스트레스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주기적인 분비 패턴이 뇌의 청소를 맡은 글림프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중요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비렘(NREM)수면 중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량은 50초 주기를 보이고 그에 따라 동맥혈관(artery)이 같은 주기로 수축과 이완을 보이고 그 결과 뇌의 혈액과 뇌척수액(CSF)도 같은 주기로 부피가 오르내린다(서로 어긋나서). 사진출처 ‘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