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서 정준하가 점심 메뉴를 정하기 위해 "겨울은 도루묵찌개죠"라고 했고, 이에 박명수가 "묵사발 만들 일 있어?"라고 버럭대자, 정준하는 다시 "그게 무슨 말이야, 도루묵은 묵이 아니야, 생선이야'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낸 장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도루묵은 묵이 아니라 생선인데요, 간혹 자주 먹는 '도토리묵'과 어감이 비슷해 헷갈리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이번엔 정준하의 말대로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제철 생선인 '도루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도루묵은 겨울철 별미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생선이 있습니다. 한때는 천대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고소한 맛과 영양가로 사랑받는 제철 생선으로 자리 잡았죠.
도루묵이라는 독특한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조선시대 선조 임금과 관련된 설이 가장 유명합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난길에 올랐을 때, 신하들이 수라상에 올린 동해산 생선을 맛보고는 "정말 맛있다!"며 은어(銀魚)라고 부르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양으로 돌아온 뒤 다시 그 생선을 올리게 하자, 선조는 맛이 달라졌다고 느끼며 "도로 묵이라 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후 '도로 묵'이라는 이름이 세월이 지나며 발음이 변해 오늘날의 '도루묵'이 되었다고 합니다.
도루묵은 주로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대량으로 잡힙니다. 특히 강원도 고성, 속초, 동해, 삼척 일대는 도루묵의 대표적인 산지로 꼽힙니다. 이 지역에서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도루묵이 대량으로 잡히며, 매년 도루묵 축제가 열려 겨울철 강원도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도루묵은 북한에서도 겨울철에 자주 먹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내륙 지역에서는 유통이 어려워 귀한 생선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도루묵은 단순히 잡기 쉽고 가격이 저렴한 생선이라는 점을 넘어, 겨울철 별미로 사랑받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알이 꽉 찬 겨울철 도루묵의 맛 때문입니다. 도루묵은 산란기를 앞두고 겨울철 알을 품기 시작하는데, 이 알이 고소하고 감칠맛이 뛰어나 별미로 꼽히죠. 또한,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생선 살은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도루묵은 주로 그물낚시와 선상 낚시로 잡는데요. 겨울철에는 산란을 위해 얕은 연안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어획할 수 있습니다. 도루묵 낚시는 전문 장비 없이도 즐길 수 있어 많은 낚시꾼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도루묵은 간단하게 조리해도 맛있고, 다양한 요리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먼저 도루묵찌개인데요. 매콤한 국물에 도루묵을 듬뿍 넣어 끓이는 찌개는 겨울철 추위를 녹이는 최고의 보양식입니다. 특히 알이 들어간 도루묵은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합니다. 도루묵구이도 별미 중의 별미죠. 손질한 도루묵에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구워내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일품입니다.
도루묵 튀김도 미식가들에겐 호평을 받는데요.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면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별미 요리가 완성됩니다.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졸여낸 도루묵 조림 역시 밥도둑 요리로 제격입니다.
도루묵은 맛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뛰어난 생선입니다. 단백질,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D, 칼슘 등이 풍부해 건강에 좋습니다. 특히 알에는 인과 철분이 많아 뼈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입니다.
도루묵은 한때 천대받던 생선이었지만, 이제는 겨울철 대표 별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름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맛까지, 도루묵은 매력이 가득한 생선입니다. 이번 겨울, 강원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도루묵 축제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도루묵 요리로 따뜻한 겨울을 만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