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 연휴부터 2월 중순까지 주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실적 발표가 잇따른다. 시장은 이들 업체가 인공지능(AI) 수요를 기반으로 예상치를 뛰어넘는 올해 가이던스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ASML은 2024년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30일에는 램리서치 실적 공개가 예정돼 있으며 도쿄일렉트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의 경우 각각 2월 6일, 14일에 이뤄질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상위 4위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이달 말부터 연쇄적으로 공개되는 셈이다. 시장은 긍정적 업황을 바탕으로 한 이들 업체의 2025년도 실적 가이던스 상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가 시장 기대치를 14% 웃도는 올해 시설투자(CAPEX) 가이던스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TSMC는 선단 파운드리 영역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투자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시장은 TSMC의 올해 시설투자를 보수적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AI 수요가 이어지며 이런 관측을 일정 부분 불식했다는 설명이다.
문승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시설투자 가이던스가 반도체 장비 구매(WFE)와 건설 비용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현시점에서 대만의 팹(fab)20과 미국의 팹21 장비 도입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TSMC의 초미세공정 로드맵과 이에 따른 공정 혁신으로 글로벌 장비 기업들은 공정 단계 수 증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등 수혜를 볼 것”이라며 “AI 사이클에서의 TSMC 입지를 고려할 때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의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AI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수혜 여부에 시장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도 이런 시선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관련주 가격이 지난해 중순 AI 사이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오픈AI, 소프트뱅크 등이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부합한다”며 “프로젝트 주요 파트너로 언급된 ASML, 램리서치 등은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짚었다.